아침에 일어나 모처럼 다즐링으로 시작을 해주려고 했으나 티캐디에 꺼내놓은 게 한잔은 가능해도 한포트는 불가능하단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닐기리로 선회. 닐기리의 마지막 잔은 밀크티가 제격이나 우유라면 환장하는 우리 뽀양을 고문할 수 없어 밀크티는 패스.
뽀삐 데리고 산 건너 물 건너 왕복 3시간 거리를 가서 병원 매상을 확 올려주고 돌아왔다. ㅠ.ㅠ 그리고 지쳐서 간단히 마시려고 선택한 것이 아마드의 레몬&라임.
사놓은지는 꽤 됐는데 모닝티는 아무래도 클래식티를 선택하게 되는데다 또 하루를 느긋~하게 여는 티타임에 티백은 가능한 피하다보니 이상하게 한번도 마시지 않고 고이 모셔만 두고 있었다.
티푸드로 선택한 것이 초콜릿 케이크라서 과일향 홍차가 어울린다는 생각에 골라봤다.
아마드 브랜드의 특징이 아!~ 소리가 나오는 특출난 맛과 향은 없지만 대신 망하는 것도 없다. 실망도 경탄도 주지 않는 꾸준한 모범생 타이프라고 할까? 이런 고만고만 안전한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한국에서 너무 높게 형성이 되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난 저렴하게 구입을 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줘야겠다. ^^
은은한 레몬과 라임향이 거칠지 않게 풍기는 맛있는 홍차. 형태는 뚜껑 달린 머그이나 실상 작은 티포트만큼의 용량을 자랑하는 내 머그에 물을 가득 붓고 우렸음에도 진~하게 색이 우러난다.
좀 더 강한 레몬과 라임향을 원하는 사람에겐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은은한 쪽 선호자에겐 괜찮음. 그나저나... 아마드 가격 좀 내리면 안 되나? 하긴 아마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홍차들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_-;
10봉 들어있는 한 상자를 2500원에 샀는데 이 정도 가격이라면 다 마신 다음에 구입 의사 충분히 있음. 그러나 공식적으로 형성된 가격으로는 조금.... ^^; 홍차 초보자에게 추천해주면 좋을듯.
다음 차는 석매화차로 추정됨. 추정이라고 하는 이유가 매화 앞에 붙은 한자를 도저히 못찾겠다. 부친이 '석'자인 것 같다고 하는데 내 작은 옥편에는 없음. 그렇다고 책장 제일 꼭대기에 있는 초대형 옥편을 내릴 정도로 열렬하게 알고 싶진 않다. ^^;
calyx canthus라고 써있어서 역시 영어 사전을 돌려봤는데 꽃받침이니 이런 소리만 있다. 그리고 상표도 조금은 오리무중이랄까. 상해 신천지에 있는 가게에서 구입한 차인데 이 가게의 간판엔 XinyiDAi라고 적혀 있었고 차 상자에도 그렇다. 그런데 뚜껑 부분에 아주 작게 福林當. 밑에 영어로 표기된 발음을 읽어주자면 푸린탕. 福자는 '푸'라고 읽는 모양이다.
저녁에는 밤을 새워야 할 때를 제외하고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자는 방침이라 밤마다 여러 다른 차들을 골고루 마셔주느라 뜯어봤는데 매화차의 향기에 대한 온갖 찬사 때문에 갖고 있던 기대에 비해서는 좀...
정약용의 다경송이던가? 에도 그렇고 매화차의 향 얘기가 많은데 그렇게까지 강렬하진 않다. 한두송이만 넣어도 어쩌고 하는 건 최소한 이 차에 관해서 뻥인듯. ^^;
그렇지만 투명한 유리 필터 머그에서 확 피어나는 매화 꽃송이를 보는 시각적인 즐거움은 아주 괜찮다. 향기도 은은한데다 살짝 달짝지근한 단맛도 감도는 게 맛에 있어서도 크게 거부감없이 다가온다. 수색은 연두빛을 가볍게 띈 투명한 연노랑.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 차야말로 눈과 코와 입을 함께 즐겁게 해준다고나 할까?
꽃차를 싫어하는 사람도 즐긴다고 하는데 그건 맞는 말인듯.
좀 오래 묵은 녹차를 마실 때 한송이 정도 띄워서 같이 우리면 시너지 효과가 괜찮을 것 같다. 중국에서 생각지도 않게 좋은 차를 건졌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