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는 얘기인데 혼자면 이상한 상상을 하는 데서 보통 끝나지만 그 이상한 사람이 둘이 되면 그 이상한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 보통 이런 이상한 짓(=햄 만들기 등)은 -셋집이지만- 서울 안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친구 J씨와 하는데 이번엔 갑자기 황도에 꽂힌 동생과~
실은 난 할 생각이 없었고 황도 병조림을 만들어보겠다길래 복숭아를 주문해줬음.
그러나.... 복숭아 한 상자는 도저히 혼자 할 작업은 아니지 싶어서 결국 이상한 짓을 많이 해본 일머리가 있는 내가 시럽 끓이기, 병 소독, 복숭아 조림 병에 담기 등 60%, 동생이 40% 정도 분담.
맛은 황도가 맛있으니 당연히 성공이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다시 할 날을 대비해서 나만의 팁을 정리해놓자면.
1. 병에 복숭아는 70% 정도. 시럽은 병뚜껑에 닿을 정도로 찰랑하게 채운다. 복숭아가 식으면서 시럽을 흡수하는지 꽉 채운다고 했는데도 시럽이 복숭아 아래로 내려가 있음. 서양 아줌마들 보면 이대로 식품저장고에 두고 1년 내내 먹던데 아무래도 좀 불안하기도 하고 또 냉장고에 여유가 있어서 그냥 냉장고에 넣었다. 밖에 둘 거면 저장성을 위해서 꼭 푹 잠기게 해야할듯.
2. 대충 한 사람들 레시피 보니까 물과 설탕의 비율은 4:1 정도인데 황도가 워낙 달아서 5:1 정도로 내 나름대로 조절했는데 딱 적당한듯.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봤던 미국 아줌마 레시피에는 화이트와인도 넣고 클로브니 이런저런 향신료들도 많이 넣던데 그건 설탕만으로도 구제가 불가능한 맛없는 복숭아용이지 싶음. 한국 복숭아는 화이트와인 정도만 넣어도 풍미가 확 올라감. 거품 다 걷어내고 마지막에 끓일 때 한번 휙 돌려서 향 날리니 딱 좋은듯.
3. 껍데기를 홀랑홀랑 까기는 잘 익은 황도가 딱인데 병조림의 식감은 좀 덜 익어서 쫄깃한 것이 더 맛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소량은 몰라도 대량 가내 수공업엔 너무나 대공사임.
4. 복숭아들을 끓이고 남은 시럽은 더 졸여서 역시 소독한 병에 담아 냉장고로~ 샹그리아며 탄산, 홍차, 드레싱 등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듯~
5. 뚜껑이 넓은 폰타나 파스타 소스병이 병조림에 완전 딱일듯. 모아놓은 빈병이 너무 많아서 최근엔 다 버렸는데 동생이랑 아쉬워했음. 내일 스파게티 해먹고 그 병은 남겨놔야겠다.
6. 황도 한번만 더 주문해먹고 잼을 조금만 만들어볼까 생각 중. 저걸 하고 나니 복숭아잼은 완전 껌으로 느껴진다. 우리 뽀양 약 먹이려고 온갖 과일들로 유기농잼을 만들었는데 걔는 안 좋아해서 주변 멍멍이들이 잔치했었는데.... 오랜만에 해볼까 싶음. ㅇ씨에게 약 먹일 때도 쓰고 같이 먹이라고 주면 좋아할듯.
7. 복숭아 알라모드 갑자기 먹고 싶군. 언제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 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