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과일

by choco 2021. 10. 6.

신선한 계절 과일을 먹는 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선 굉장히 사치스럽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 되었다는 걸 요즘 카드비를 보면서 느낌. 

최소한 내가 대학교 다니던 때까지만 해도 과일은 지금처럼 다양하지는 않아도 사치품은 아니었다. 

학원이나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버스 정류장이나 전철역 근처의 노점상에서 파는 과일을 보면 계절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천원짜리 한두장만 있으면 사과나 딸기, 포도, 혹은 귤 한봉지를 사올 수 있었다. 주로 내가 과일을 사는 시간대는 저녁이나 밤시간대라서 떨이라는 찬스까지 더해지면 그 1~2천원 봉지는 꽤 묵직했다.  여름엔 삶은 옥수수, 겨울엔 군밤도 천원 한장으로 나름 푸짐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과일 가격이 오르는가 싶더니... 이제는 만원을 들고 나가도 그때의 만족감을 찾기가 힘드네.  외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움직이는 반경에선 약간 모양이 떨어지나 맛은 있는 구루마 노점 아줌마 혹은 아저씨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고. 

어릴 때부터 과일로 계절감을 찾아온 입이라 딱딱 때맞춰 과일들을 이제는 그나마 저렴한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먹고 있는데 확실히 과일나무들이 전국적으로 해걸이를 하는 것 같다.  

작년에는 무화과가 그렇게 싸고 맛있더만 올해는 비싸고 맛도 없고 뭔가 좀 부실한데 작년에 제대로 먹지 못한 복숭아가 올해는 완전 맛있고 또 굉장히 길게 나오고 있음.  보통 9월 말에는 황도도 끝물이고 이 즈음엔 무화과를 먹어줘야 하는데 이번 주에 -아마 올해 마지막이지 싶은- 황도를 또 한상자 주문했음.  

역시나 작년에 부실했던 샤인 머스켓과 대추도 올해는 아주 맛있고 좋음.  내년에는 얘네들이 올해 무화과처럼 부실하지 않을까 싶다. 

좀 있으면 황금향(이미 나오고는 있으나 아직은 내 입장에서 제철이 아님)을 시작으로  한라봉, 천혜향 등등 또 줄줄이 나오겠구나. 

맛 떨어지기 전에 내 사랑 캠밸 포도를 좀 사먹아줘야겠다. 

사과는 산사는 맛있었는데 홍로는 좀 실패. 껍질이 너무 두껍다. 몇알 안 남았는데 이번엔 시나노스위트로 살까 자홍으로 살까 고민 중. 둘 다 딱 이 시즌에만 잠깐 나오는 애들이라... 고민 중.  얘네 한번 더 먹고나면 부사가 나오겠군.   

이러고 있으니 카드비는 폭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