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茶の世界史. 내가 유일하게 아는 일본 글자가 の 인 관계로 번역(?)을 할 수 있다. ㅋㅋ 차의 세계사가 원제인 것 같은데 책의 내용을 보면 저 번역된 제목보다는 원제가 훨씬 책의 성격이나 내용에 들어 맞는다.
단순히 문화보다는 산업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특히 재밌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가 그동안 읽은 몇권의 홍차 관련 서적 중에서는 얘가 제일 낫다. 차의 산업화나 연구가 우리보다 먼저 시작됐고 차를 즐기는 인구도 훨씬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만 이런 가벼운 수준의 연구조차도 뒤져있다는 사실은 역시나 좀 씁쓸.
내가 최근에 읽은 홍차와 홍차 이야기의 꽤 많은 부분이 이 책에서 참고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홍차의 역사와 산업화, 그리고 홍차에 묻혀 거의 조명되지 않았던 녹차 문화에 대해 대충이나마 밑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아쉽다면 16세기까지는 일본 못지않은 녹차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던 한국은 아예 녹차 문화권 국가의 이름에조차 올려주지 않았다는 거지만 그 부분은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지 이 저자를 붙잡고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책을 여러권 읽어가다보면 뒤의 책은 아무래도 신선감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런 겹치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기억에 남는 내용들만 몇개 끄적여 보자면.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인도의 면포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사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면직물을 대량 생산하면서 인도 면직공들을 죽이거나 손을 잘라버릴 정도로 가혹하게 그 산업을 말려버렸다는 사실은 벨기에의 콩고 지배만큼이나 전율을 불러옴. 아마 이게 동양인의 손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이 사실이 언급이 됐지 서구인, 특히 영국인이 썼다면 이전까지 다른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부분은 묻혀갔을 것 같다.
그렇게 초토화된 인도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 시작된 것이 아삼종을 위주로 한 홍차 산업.
그걸 통해 세계를 지배했던 중국차가 어떻게 몰락했고 틈새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보려고 했던 일본차 역시 패배하게된 과정이 단순한 문화나 도락과 다른 차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녹차 시장이었던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산업 전쟁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차의 세계사 책이었다.
책 전체로 볼 때 중국차 소개할 때 완전히 곁다리로 나온 내용인데 내 눈에 확 들어온 단어 하나. ^^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란 만화에 우이샹 차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내용이 너무 맛있어보인다고 해야하나.... 그림도 은근히 환상적이고 해서 고유명사를 잘 기억 못하는 나조차도 뇌에 콱 박아놓은 차였다. 고증에 철저한 일본 만화의 특징상 분명 우이샹차라는 것이 있긴 하겠지만 일본화된 발음이려니 하고 맛을 보는 건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차의 실존 여부와 산지 확인을 했음. 우이산이라는 산에서 재배되는 찻잎으로 만든 홍차라고 한다.
나도 한글 전용세대지만 그래도 어릴 때 할아버지 밑에서 배운 한문이 조금은 남아 있는데 반해 내 동생 세대는 자기 이름과 기초적인 몇자를 제외하고는 한문에 그야말로 까막눈. 때문에 중국 차가게에서 무슨 차를 사가야하냐고 전화가 오면 뜬구름 잡는 대화를 해야한다. -_-;;; (지난 월요일 저녁에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부친이 한심해 죽으려고 하셨다. ㅋㅋ) 그래서 우이샹의 맛을 보는 것은 포기했는데 정확한 한문 표기를 알았으니까 중국 출장갈 때 사오라고 해야겠다. 만화에서 본대로 한번 우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