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셨군. 솔직히 신들의 풍차를 마지막으로 이후 작품부터는 그 특유의 입이 쩍 벌어지는 반전이며 물샐틈없이 짜인 복선이 허술해지는 감이 있었지만 이 아저씨만큼 완벽한 스토리 텔링을 보여주는 대중 소설 작가도 정말 없었다.
사람들이 가장 대표작으로 치는 깊은 밤 깊은 곳에의 속편격으로 나온 그 제목을 잊어버린 소설은 솔직히 실망감이 마구 들 정도였었고. 깊은 밤 깊은 곳에서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던 너무나 매력적인 악역인 그리스 재벌 ???씨가 그렇게 허무하게 당해버릴 줄이야. 당시엔 무조건 주인공 편애 모드라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깊은 밤~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였던 그 남주의 본마누라가 행복해지는 게 유일한 위로라고나 할까.
내가 중고딩 때는 저작권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라 여러 출판사에서 똑같은 소설을 정말 갖가지 이름으로 번역을 해서 다 내놨었는데. 새로 나온 건줄 알고 다시 본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_-;
원제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거울 속의 이방인. 그 입체적인 인물들이라니... 그 소설의 여자 주인공은 정말 가장 가슴 아픈 운명의 소유자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 찌질한 남조 놈이 뭐가 좋다고. -_-;
천사의 분노는 두고두고 너무 찝찝해서 딱 한번 읽고 말았었는데 클린턴이 대통령 됐을 때 그 소설이 생각났었다. 시대를 앞서 간 상상력이라고 혼자 웃었던 기억도 난다. ㅎㅎ
해피 엔딩을 즐기긴 했지만 시드니 셀던 소설들의 최고 걸작들은 혈통을 빼곤 비극이나 뭔가 뒤끝이 껄적지근하게 끝난 작품들이 많긴 하다. 그 여자 도둑 커플이 나오던 내일이 오면이던가?는 빼고 후기 작품들은 초기의 그 예리한 칼날 같은 반전과 탄탄함은 사라졌지만 좀 더 따뜻해지고 읽고 난 뒤 휴우증이 적어지는...... 좀 편안해졌다고나 할까? 쇠퇴일 수도 있겠지만 늙어지면서만 가능한 여유와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 것일 수도 있겠지.
[#M_별 쓸데없는 개인적 잡상|less..|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지금 써먹는 여러가지 얘기의 시초는 시드니 셀던의 전성기 때 작품과 한국 만화가들의 그 비극 일변도인 만화의 찝찝함에서 벗어나려는 내 나름의 치료 수단이지 싶다. 햄릿의 결말을 자기 나름대로 상상했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보트처럼 내가 감당하기 힘든 비극적 결말을 내 맘대로 바꾸면서 극복을 했던듯.
중딩 때부터 10여년동안 재밌는 얘기로 가슴 떨리게 했던 시드니 셀던. 이렇게 또 한명이 가는구나. 나이 차가 무~지하게 나는 젊고 예쁜 부인하고 사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이혼하지 않았다면 그 부인은 대박났겠군. ^^;;;;
좋은 곳에 가셨기를.... _M#] 갑자기 떠오른 일 하나 더.
예전에... 시드니 셀던의 천사의 분노와 내일이 오면을 번안해서 한국에서 드라마로 한적이 있었다. 둘 다 MBC였고 우연찮게 여자 주인공으로 다 원미경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제대로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한 걸까 아니면 그냥 공짜로? 판권을 샀다면 얼마나 줬을까? 그러나.... 대충 시기를 따져보니 그 비싼 시드니 셀던의 작품료를 제대로 줬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만약 그랬다면 드라마 만들던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세상이다.
하긴 그리 따지면 영화도 만만치 않지. 이영하, 이보희가 나왔던 Y의 체험인가 추억인가 하는 영화도 슈테판 츠바이크의 '모르는 여인에게서 온 편지'를 그대로 갖다 만든 것이고... 내가 모르는 것들도 엄청 많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