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국 外 | 한성백제 박물관 | 2022.6.20
내내 미뤄놨던 책인데 시들시들하던 데스크탑이 난동 부리다 꺼진 다음에 붙잡고 오후에 후루룩 독파. 컴이 고장나니 독서가 됨. 디지털 기기의 폐해를 간접 체험하는 오후였다. 😅
각설하고, 초기 백제 정리를 위한 독서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머릿속은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여러 백제 학자들의 논문이 백제 형성이라는 주제를 갖고 소개되는데 이게 학자마다 의견이 조금, 혹은 많이 다르다. 문헌에 의존하는 학자도 있고 유물에 의존하는 학자도 있다보니 그 근거도 또 다름.
우리가 배워온 백제사는 주몽의 아들, 혹은 소서노 소생의 양아들 비류와 온조가 남쪽으로 내려가서 비류는 인천, 온조는 한강에 나라를 세웠고 온조가 세운 십제가 발전해 백제가 되어 의자왕 때 문을 닫을 때까지 수백년 간 한반도 남서쪽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거였는데 여기서는 이 북쪽 이주민의 갈래가 무려 5가지 설이 난무하고 누가 어디서 뭘 했는지 3세기 이전까지는 빈 공간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앞의 논문들보다 솔직히 더 재밌었던 건 이 주제를 갖고 토론한 내용 녹취 정리 부분. 하하호호~가 아니라 학술적으로 치고박는 내용들이 뭔가 좀 흥미진진하달까. 현장에 있었다면 더 집중도 되고 재밌었지 싶다.
주류 사학자들이니 만큼 국사편찬위원회 만큼이나 (아마도 이분들 상당수가 국사 편찬에 관여하지 싶음) 보수적인 접근이긴 한데 그 보수성 안에서 또 나름 상상의 여지를 펼쳐내는 게 흥미로웠다. 국사편찬위원회 조차도 설득력있는 가설이라고, 사실상 그 존재를 인정하는 대륙 백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이어 읽고 있는 건 백제 음악에 관한 책인데 그건 환단고기가 많이 묻어서 좋은 내용임에도 쫌 괴로움. 인문학 한정 상상력의 나래를 펴기 좋아하는 내 성향상 이런 유사역사에 홀딱 빠질만 한데 대학 신입생 때 한국사 강사님의 한방이 너무 강력해서 수십년이 지나도 백신 효과가 끝나지를 않네. 이름도 성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앞선 양반이었다. 그분 얘기는 언제 또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