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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국내)

한성시대 백제와 마한

by choco 2022. 7. 30.

최몽룡, 김경택 |  주류성  |  2022.7.?~30

슬금슬금 백제 읽기의 또 한 권이다. 

서울대 박사라는 프로필을 보면서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이병도에서 시작되는 식민사관을 이어 받은 주류 국사학자의 글이려니~ 했는데 의외로 그쪽이 아니어서 옹!? 하면서 집중도가 확 올라가는 경험.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약력이 사학과가 아니라 고고인류학, 고고학이라는 걸 보고 뒤늦게 납득.  친일식민사학의 거두 이병도의 아이들이 대를 이어 지배하는 서울대 사학과라면 절대 이런 역사관은 나올 수 없지.  

각설하고 잘 찾아보기 힘든 한성시대 백제와 마한의 관계를 고고학 자료 위주로 풀어내고 있다.  몇 권 읽지 않았지만 다른 백제 책들을 보면 초기 백제사는 문헌 사학으로 볼 때는 거의 공백에 가까운 상태라 좀 손을 놓은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은 고고학 발굴 자료들을 중심으로 삼국지 연의 등 중국 자료 + 한계는 있으나 그래도 쓸 수 밖에 없는 삼국사기 등을 다 함께 활용해서 마한과 한성 백제를 최대한 형상화시키려고 하고 있고 독자 입장에서 그 시도는 꽤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백제에게 삽시간에 다 쓸려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던 마한, 특히 목지국이 사비 백제 때까지 남아 있었다는 것, 더불어 족장 사회 정도로 이해했던 마한이 왕이 다스리는 국가 형태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얼마 전에 여성 족장 혹은 왕으로 추정되는 마한의 무덤 발굴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나서 머릿속 그림이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개발 광풍이 덜한 지역에 있는 유적지들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서울에 남아 있는 한성 백제의 유적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미 초토화되었을 테고 설령 앞으로 발견된다고 해도 건설 자본의 성격을 볼 때 쥐도새도 모르게 파묻히거나 훼손되어 사라질 확률이 99%.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문화재 정책이 건설이나 정치적 논리보다 앞설 때 우리는 스스로 문화적 선진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썼던데 이날보다는 북한이나 소말리아가 선진국 되는 날이 더 빨리 오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