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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국내)

식사 - 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by choco 2022. 10. 7.

황광해  |  하빌리스  |  2021.? ~ 2022.10.7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곡식, 고기, 생선, 과일과 채소, 향신료에다 음식과 관련된 직업이나 사람까지.  한국 전통과 역사 속 음식과 얽힌 기록들을 음식이나 식재료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3-4장 정도로 풀어주고 있다.  신문에서 연재했던 내용을 다듬은 거라 그런지 장황하지 않고 짤막하게 요점 정리를 잘 해주는 느낌인데 아주 깊고 진중한 내용을 원하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짧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다.  군더더기 없는 엑기스만 내린 느낌이라 재밌게 읽었다. 

이런 류의 내용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는 내용도 반 정도, 오! 하고 몰랐던 내용도 반 가까이, 그리고 나머지는 일부는 내가  확실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어느 게 맞는 건지 기연가미연가라 스스로 검증을 위한 교차 검색과 추가 독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몰랐던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이라고 해야 하나 놀랐던 건 명월관 숙수 안순환.  그동안 읽어왔던 많은 책에서 조선왕조의 마지막 숙수로 일하다가 조선 왕조 혹은 대한제국이 문을 닫은 뒤 명월관이라는 음식점을 차려서 조선 왕실 음식의 명맥을 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화폐를 주조하는 전환국 기수로 벼슬을 시작했고 대령숙수는 고사하고 요리에 관여한 아무 기록도 없었다는 것. 더불어 을사5적인 송병준의 수행원으로 일본에도 다녀오고 국상에도 명월관을 열어 흥청망청 하는 등 구한말의 상종못 할 친일파 중 하나였다는 걸 보면서 헐!!!!! 

재밌었던 건 정조 때 땡땡이 치고 형제들과 천렵하러 간 정약용 비서실장.  그러고 3년 뒤에 정조가 승하하고 18년 간의 긴 유배살이를 했다는 기록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찡하다고 해야할까... 한치 앞을 못 보는 인간을 위에서 바라보는 절대자의 심정이 이것과 비슷했겠지, 라는 역시 필멸자이자 기타여러분이 잠시 절대자에게 감정이입을 해봤다. 

요즘 디지털 디톡스로 하루 몇장씩이라도 종이책을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 사부작사부작 뭔가 끝이 나긴 나는구나.  근데 요즘 독서 기록이나 옆에 펼쳐진 책들을 보면 다 우리 역사나 인문 관련.  남의 나라에도 눈을 돌려서 군형을 잡아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