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9.... 본래 가려던 날짜가 예약이 다 찬 바람에 늦게 예약해 지나간 생일 저녁의 기록. 라미띠에 와인 페어링 디너.
참사가 일어났던 날... 내가 오랜만의 라미띠에에 설레면서 갔던 것처럼 누군가는 같은 심정으로 이태원에 갔겠지. 너무 충격적이고 허망하고 온갖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에다, 내가 먹고 마신 걸 히히덕 거리면서 올려도 되나 싶어서 사진을 오랫동안 저장만 해놨었다.
그래도 일상을 조용하고 꿋꿋하고 행복하게 살아나가자는 의미에서 다시 꺼내 기록.
메뉴. 아직은 성탄 세팅은 안 되어 있음.
빵 엄청 맛있었다. 더 준다는데 배가 불러서.... 😥
이 와인과 곁들인 프와그라는 찍는 걸 깜박. ^^;
우리는 양갈비. 잘 굽긴 했는데 냄새를 너무 잘 잡아서 양고기로서 정체성이... 양고기 냄새 때문에 못 먹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양갈비겠지만 심심했음.
양 싫어하는 부친은 스테이크. 한입 얻어먹었는데 맛있었음.
평소라면 디카페인 차를 마실 텐데 이날 술을 너무 달려서 카페인 있는 홍차로 마무리. 그래도 전혀 수면 장애없이 잘 잤다가......
본래 줄라이 가려고 했었는데 줄라이 메뉴가 이번 시즌에 좀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뭔가 이태리스럽고 일본스럽다고 했더니 역시는 메인 셰프가 바뀌었다. 줄라이를 좋아했던 게 매 시즌마다 독특한 모던 프렌치를 맛볼 수 있다는 거였는데 새 셰프는 일본 스타일을 가미한 이태리 풍이라고 함. 내가 제일 비선호하는 양식이 한국이나 일본풍을 가미한 이태리인데... 그전 셰프가 딱 내 취향이라 매 시즌마다 어떤 메뉴를 내놓을까 기대하는 맛이 있었는데 아쉽다. 그 양반 어디서 일하는지 수소문해야겠음.
여하튼 라미띠에의 음식과 와인 페어링은 훌륭했고 발까지 다 달린 온전한 형태의 메추라기 구이를 내놓아서 날 못 가게 했던 류니끄에서 그 메추리가 없어졌다니 조만간 류니끄에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