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에 한번씩 온 우주가 나를 죽이려고 달려다는 것 같은 날이 있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나 우주 일부가 작정하고 나를 살살 긁는 날 정도인 것 같다.
오늘 부친 모시고 대학병원 가는 날. 하필이면 늦잠 자서 후다닥 준비하고 택시를 부르는데 티맵 등등 모든 어플이 다 안 잡힘. 모범택시조차도 없음.
결국 포기하고 전철을 타고 가면서 조짐이 이상하더니... 부친의 담당 교수가 오늘 출근했다가 기절하게 아파서 다른 의사에게 대리진료를 맡기고 조퇴. 40분 이상 진료가 딜레이 되고 겨우겨우 교수 대리를 만났는데 수치가 올라가서 자신이 처치할 수 없다고 교수랑 다시 만나서 치료할지 관찰할지를 결정받으라고 함. 😨
내일 아침에 언제 예약 잡을지를 병원에서 전화 주기로 하고 점심은 동네에서 먹기로 하고 돌아옴. 가려던 식당 근처에서 택시를 세웠는데 바로 앞에 안 세우고 조금 미리 세웠다고 내리면서 걸어가는 내내 부친이 지청구. 10M도 안 되는 거리인데 평소 컨디션이면 참았겠지만 물 한모금 못 마시고 아침부터 쫓아다니고 오는 판에, 애도 아니고 어른이 계속 찡얼거리는 거에, 그럼 더 앞에 세우라고 얘기하지 왜 가만히 있다가 이러냐고, 화르륵. 몇발짝 안 되는데 참을걸 하고 뒤늦게 후회를 조금 하긴 했지만...🙄
내 평생 앞에 세워놓고 새기는 교훈이 반면교사인 건 울 부친의 영향인듯. 어찌 보면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 부친과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안 맞고 부딪쳤던 건 동족혐오도 있을 것 같다. 그 예민함과 짜증, 뒤끝에 데인 역지사지와 나는 절대 저러지 말자는 이 악문 반면교사가 나를 아주 조금은 덜 나쁜 사람으로 만든 건 인정하는데... 그것과 별개로 내 인내심의 한계를 정말 끊임없이 시험하심.
여하튼, 여기서 끝나면 그냥저냥 꿀꿀한 날인데 달력을 보니 25일. 현금 찾을 일이 있어서 ATM 갔는데 비어있는 기계는 5만원권이 없다. 😫 옆 기계를 쓰는 할머니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느릿느릿, 계좌 이체와 통장정리 작업을 반복 또 반복. 짜증이 모락모락 나는 가운데에서도 혹시 보이스피싱 연락 받고 돈 보내시는 거 아닌가 걱정도 살포시 되고. 이체와 통장 정리, 다시 인출과 통장정리를 끝내고도 그 앞에서 통장을 다시 한번씩 다 검토하시고 떠나셨다.
은행 볼일 마치고 돌아와서 재수 없었던 기록 정리. 이걸로 몇년치 또 액땜하면 좋겠음.
목도 살짝 아프고 몸살기가 올락말락 하는듯. 내일 올해 보졸레 누보 마시기로 했는데 오늘은 일찍 쉬면서 컨디션 조절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