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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월드컵 단상

by choco 2022. 11. 29.

2002년 월드컵 때 좋아하지도 않는 축구 때문에 시끄러운 거 싫다고 피해서 해외여행(근데 정말 축구는 1도 모르는 양반이라 하필이면 이태리로 갔음. ^^;;;) 나간 친한 언니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한국 경기 있는 날 마침 나초 두아토 공연이라 안 막히고 간다고 좋아했던 인간이라 경기 챙겨본 건 세 손가락도 못 꼽을듯. 

그러나 내가 경기를 보든 안 보든 골이 들어갔는지, 졌는지 이겼는지는 온 나라를 울리는 소음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  그나마 올해는 겨울이라 꽉꽉 창문을 닫아놓으니 좀 덜하지만 보통은 창문을 열어놓는 계절이라 자다가도 깨는 지경인데... 어제 골이 들어갈 때 그 요란한 함성을 들으면서 10.29 참사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생존자들은 어제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내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실은 그 생각은 주말부터.  일요일에 롯데 호텔에서 세미나가 있었던 친구와 저녁을 먹으려고 롯데 백화점에서 만났는데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반짝한 백화점과 그걸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친구가 "이태원에서 죽은 애들도 여기서 저렇게 웃으면서 사진 찍을 수 있었는데." 라고 하면서 둘 다 급 우울...  백화점 앞 뿐이겠니, 친구들과 월드컵도 보고 연말에 누구랑 만나서 뭘 하고 놀까도 궁리하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그 젊은 애들과, 그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을 어떨까.  그런 얘기를 하면서 백화점을 떠나왔었다.

지금 살아도 살은 것 같지 않은 심정일 텐데. 한명한명이 다 우주였던 존재들이 떠나보낸 가족들이 지금 얼마나 힘들지... 월드컵이며 성탄이며 연말을 즐기는 그 모습 하나하나가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큰 고통이고 원망스럽고 힘들 텐데 부디 이 꽉 물고 이겨내시길.  순간순간 오르고 내리는 파도는 크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다 살아는 지더이다. 

그리고 제대로 진상 규명이 되어서 죄인들은 다 현생에 처벌받기를.  난 천벌이란 건 통치를 편하게 하기 위한 위정자와 기득권들의 사기라고 생각함.  귀신 역시.  귀신이 존재하면 일단 가장 가깝게 저 김석기며 오세훈이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돌아다니지 않지. 

기록은 기억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위해서 여기에도 하나 옮겨 놓는다.   참고로 저 타임 테이블은 공식적인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은 거라 소방서장을 제외하고 분칠을 엄청 한 상황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이 나오는데 저나마도  윤석열은 사진만 찍고 집에 기어들어갔다는 증언과 영상이 남아 있음.  이건 나중에 정권이 바뀌고 제대로 진상규명에 들어갈 때 확실하게 박제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