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기대했던 기획이 까여서 내 능력이 이거 뿐인가, 나도 이제 다 됐나... 약간 자학 자괴 모드였는데 그걸 회복시켜주는 일이 있었음. 돈이 안 될 것 같아 거절했지만 어쨌든 자신감은 회복됐으니 기운 내서 다시 열심히 일하는 걸로~
이 소소하게 기분 좋은 일과 바로 쌍으로 역시나 소소하나 뒷목 잡는 일이 함께 발생.
그저께 현미에 벌레가 생긴 걸 발견하고 일부는 씻어서 말리고 일부는 어제 작업실로 가져와 바깥에 널어놨다. 그리고 오늘 걷어서 가야지~ 하고 뒀는데 밤새 비가. ㅠㅠ
널어둔 곳이 일부 지붕이 있긴 하지만 비가 들이쳤는지 흠뻑 젖어 있는 쌀을 최대한 모아서 가져간 양푼에 넣었다. 나머지는 신문지와 이미 일체가 되어서 비가 그친 뒤 마르면 다시 모아서 새들에게 줘야할듯. 설이 끼지만 않았으면 방앗간에 맡겨서 현미 가래떡 뽑아서 먹으면 되는데 방앗간들은 자기들 팔 떡 뽑느라 내 쌀을 떡으로 뽑아줄 여력이 없는 시즌. 참... 재수가 없으려니 여기저기서 오묘하게 얽히고 꼬이는 것 같다.
어릴 때 지금 즈음엔 엄마랑 외할머니가 쌀 씻어서 담궈뒀다가 방앗간에 떡 뽑으러 갔었는데. 방앗간 앞에는 떡 만들기 위한 쌀이 담긴 대야들이 줄줄이 있었고 그거 지키고 있는 건 우리 몫. 금방 나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가래떡 맛은... 지금은 없어서 못 먹지만 그 밋밋은은하니 달착고소한 그 깊고 미묘한 맛을 알기엔 너무 어렸지.
저녁에 피에르 가니에르 가는데 비는 계속 추적추적. 오후부터 그친다더니 지금 오후구만 그칠 기미가 없군. 내 외출과 날씨의 궁합은 정말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