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해결~

by choco 2023. 2. 2.

문제의 시작은 지난 1월 31일 오후. 

오전부터 점심까지 세무서 등등 부친 심부름들 다 해결하고 작업실로 출근해서 샌드위치 먹고 버터 토스트 하나 구워먹으려는 순간 전원이 다 나갔다. 

5년 가까이 작업실 있는 동안 처음 있는 일.  두꺼비집이 내려갔다 판단하고 분전함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서 관리실에 전화.  관리소장님이 출동해서 분전함이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 공간의 책장을 비우고 옮겼지만 보이지 않음.  내 작업실은 본래 창고였는데 불법 용도 변경을 했다가 결국 양성화된 건축물로 너무 오래 전에 개조를 했다보니 관리실에 도면이 없다고 함.

소장님은 일단 퇴근하시라고 하고 작업실 책장을 다 치우는 걸 다음날 오전까지 해봤지만 분전함은 발견되지 않음.  소장님 의견은 분전함 위로 도배를 해서 덮어버리지 않았을까.  여하튼 책 빼내고 책장 옮기고 청소하고 다시 책장 넣고 책 넣고를 반복하다보니 몸살 났음.  분전함을 찾으려면 도배를 훼손해야할 것 같은데 이건 집주인의 허가가 필수인 고로 부동산 통해서 집주인과 연락 시도 + 전기 전문가인 친한 오빠에게 SOS. 

오빠는 와주기로 했는데 집주인은 연락이 안 되고... 오전까지 파닥거리다가 간신히 미국에 있는 집주인과 연락되서 허락 받음.  오후에 전문가 오빠 왕림 전에 다시 다른 호수 분전함들이 있었던 위치의 책 빼내고 준비 완료.  

그런데...  오빠가 보더니 저기엔 도배가 아니라 목공사를 하지 않은 이상 분전함을 없다고 단언하고... 이 건물의 연혁과 역사를 듣더니 다른 호수에 분전함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1차 결론.  관리사무소로 가서 소장님 모시고, 아마도 분전함을 공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호수로 갔는데 하필 오늘 안 나오심.  다행히 전화번호가 있어서 소장님이 전화 드려서 비번 받고 들어가서 확인하니 역시나...  

당일에 옆집 문 두드리고 가서 차단된 거 올렸으면 해결 끝이었을 것을 사흘동안 뭘 했나 허탈하고 허무하고 했지만... 그래도 여기 뜯고 찾고 안 한 것만 해도 만세인 걸로.  

지난 사흘 동안 했어야 할 일 + 수요일에 발레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몸살 나서 못 가고 + 오늘 이모한테 가서 김치 얻어오려고 한 것도 못 하고 + 여권 사진 찍어야 하는 것도 밀리고 등등 완전 망한 한주가 됐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 작업실 컴퓨터 앞에서 글 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사. 

커피 좋아하는 오빠님(평소엔 그냥 오빠지만 이럴 땐 '님'자를 10번 붙여줘도 모자람)과 배재란 커피 클라스 갔는데 꽉 차서 헬카페로 이동. 커피 한잔으로 입 씻고 들어왔다.  ^^  전문가 만만세다!  

 

애정하는 헬카페 클래식 카푸치노~  

내일은 여권 사진 찍고 이모 댁에도 다녀오고 해야겠다.  

덧.  이 난리의 유일한 이득은 본의 아니게 구석구석 먼지를 싹 다 닦아내는 대청소를 했다는 것.  창고의 짐과 책장 다 꺼내고 옮기면서 하는 대청소는 여기서 다시 이사 나가기 전에는 하기 힘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