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춤

지젤 파리 오페라 발레단 (3.4)

by choco 2023. 3. 6.

정말 오랜만에 공연장 나들이.  LG 아트센터의 표값이 꼭대기 귀퉁이까지 너무 무시무시해서 기차표 사서 대전에서 좋은 자리에 봐도 남는 장사라고 결론을 내리고 대전행~   3.3에 가서 금요일과 토요일 다 보고 오고 싶었지만 여차저차 포기했는데 내 계획을 몸소 실행한 ㅅ님 얘기를 들어보니 포기하길 잘 한 것 같다.  3일은 태업이었는지 컨디션 난조였는지 삐그덕거리고 영 별로였던 모양. 

여기저기서 3일 공연에 대한 악평이 많아서 좀 걱정하고 갔는데 결론은 만족. 그러나 공연장을 꽉 채우다 못해 관객의 뇌리를 때리는 에너지나 충만감은 없었다.  

세계 유수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사원들의 매끄러운 일 처리 현장을 본 느낌이랄까. 가진 능력이 10이라면 적절히 배분해서 8이나 9 정도를 보여준 무대였다. 

직업인의 입장에서 납득은 감.  매서운 고인물들이 가득한 자기네 본진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비교되는 자기 급 동업자들이 있는 동네도 아닌데 굳이 활활 불태울 이유는 없었겠지.  그래도... 이 무용수들의 성향인지 내가 본 공연이 이랬는지 모르겠으나 너무 힘을 아끼는 모습이 과거 다른 단체의 내한 공연과 비교되서 전반적으로 쫌 많이 아쉬웠다.  

해외 공연 때 그 나라 출신 주역 무용수를 세우는 게 흥행면에서도 도움이 되겠지만, 내 고향 사람들에게 최고로 잘 보이고 싶은 그 동기가 분명히 크게 발휘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도 긍정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이날 공연을 보면서 했었다.  

이날 알브레히트로 나올 예정였지만 부상인지 컨디션 난조인지로 못 나온 폴 마르크 대신 전날 무대에 섰던 제르맹 루베 Germain Louvet와 지젤인 레오노르 블라크(Leonore Baulac)는 1막 초반에선 살짝 타이밍이 안 맞는 느낌.  아주 미묘하게 삐걱거림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후반 가면서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고 둘 다 1막에선 몸을 좀 사리다가 2막에선 그나마 제대로 날아다녀서 2막이 즐거웠다.  

1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알브레히트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빼고 주변이 다 정지되어버리는 연출.  굉장한 긴장감이었다.  반대로 2막은... 최고로 정교한 칼군무를 자랑한다고 생각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 답지 않은 흐트러짐이 보여서 쪼끔 빠직.  아무리 파리가 아니지만 긴장 좀 하라고!!!!!

이날 미르타는 카리스마에 안정감 대단함.  특히 2막 등장 때 부레부레 스탭은 정말 짱짱짱!   전성기 문훈숙 단장의 빠 드 부레가 떠오르는 물 흐르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음.  제르맹 루베는 알브레히트 바리에이션을 전날엔 다 앙트르샤로 했다고 들어서 은퇴한 엄재용 발레리노의 향수를 느껴보려나 했었는데 이날은 체력 문제인지 컨디션 문제인지 다는 아니었지만... 교본적인 앙트르샤 꺄르트나 시스라서 보는 즐거움은 있었음.   정말 정말로 오랜만에 한국까지 왔는데 중간중간 앙트르샤 위뜨도 좀 섞어주시기 그려셨어요...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못 봤을 수도 있었으니 이건 그냥 혼잣말.   

다음 파리 오페라 발레단 공연은 파리 가르니에 극장에서 보는 걸로.  가능하다면 마티유 가니오 출연하는 날. 

프로그램에 예술 감독이며 전임 예술감독들, 발레 마스터 명단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  내 옛날 오빠 언니들이 다 이제 다 은퇴해서 행정가며 지도자가 됐구나. 현역 때는 힘만 좋지 예술성 없다고 욕하던 이름도 보니까 정겹네. (이렉 무카메도프  ^^)  부디 다들 옛 명성에 먹칠하지 말고 잘 해주시길. 

지젤을 볼 때마다 점점 더 느끼는 게 힐라리온 불쌍.  알브레히트 xxx.  이날 힐라리온 멋졌음.  

오랜만에 대전 예술의 전당 앞에서 찰칵.  볼레로 보러 왔었을 때가 마지막이었던가?  

아주 오랜만은 아니지만 쫌 오랜만이었던 서울역에서 또 찰칵. 

성심당 가겠다고 기차 시간도 느긋하게 잡았고 + ㅅ님 언니 덕분에 예술의 전당에서 성심당까지 편히 움직였는데 성심당 본점의 무시무시한 줄에 기절하고 대전역으로 돌아와서 대전역 지점에서 빵 사서 귀가.  순수롤은 일찌감치 품절이고 소금빵은 1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도 안 나와서 결굴 못 샀다.  그래도 명란 바게뜨는 나오자마자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인파를 뚫고 2번에 걸쳐 구입~  명란 바게뜨 얘긴 따로 쓰겠지만 이건 진짜로 강추!  꼭 사세요!  여러 번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