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이 아들 정윤성 학폭 때문에 날아가고, 이동관도 아들 학폭 터지니 오해다! 다 어릴 때 일이고 지금 친하게 지낸다, 억울하다~~~~~~ 외치는 중인데... 최근 오락 프로그램이나 조선 일보를 보면 학폭은 한때 실수, 덮어주고 용서해주는 게 옳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 기획이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유사동종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확연히 보임)
그 첫 포석이 보인 게 얼마전에 뜬금없이 ㄷㅇ이 아버지, 서울 예고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
아들을 학폭으로 떠나보낸 뒤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인수해서 키우고 있다. 그 가해자는 서울대 입학했다(<- 이 헤드라인에서 의도가 확 들어옴), 용서했지만 무너질까봐 만나지는 않는다... 가 요지.
그 참사는 내가 그 학교 학생일 때였다.
지금 재단의 직전 재단 - 서울 예고를 그야말로 솥바닥까지 달달 긁어먹고 구멍내고 팔아치운 곳- 때 학생 숫자도 확 늘어났지만 내가 다니던 때 우리 학교는 음악과 4반, 무용과 1반, 미술과 2반의 아주 단촐한 수준이었다. 나처럼 남에게 관심없는 사람도 서로 대충 얼굴이나 이름 정도는 알수밖에 없고, 특히 남학생은 숫자가 적기 때문에 누군지 모르면 그건 100% 가짜일 정도.
남학생들이 소수다 보니 -지금은 없어졌기를 간절히 바라는- 오래된 악습이 하나 있었다.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신고식이라는 핑계로 선배들에게 불려가서 산 속에서 매타작 당하는 것. 입학 초기부터 대체로 봄 즈음까지 이어지는 일인데 그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전두환 막내 아들이 바이올린으로 서울 예고 보내려고 음악과장까지 청와대 불려가 조율하다가 막판에 말았다던데 걔가 왔다면 어쨌을까 생각을 늘 했음)
우리 아래 학년이었던 ㄷㅇ이를 포함한 신입생들은 선배들에게 맞기 위해서 산으로 갔고 그날 사고가 났다. ㄷㅇ이와 친했던 아이가 엉엉 울면서 해줬던, 그날 마지막 대화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 지금 선배들에게 죽으러 가~ ㅎㅎ " "그래? ㄷㅇ아 살아서 돌아와~"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참... 마음이 아리네.
쓰자니... 이게 또 웬 거짓말 같은 사실이냐 싶은데, 결정적인 사인을 제공한 가해자는 당시 나랑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남친이었다. 다들 ㄷㅇ이 때문에 놀라고 울고, 얘는 동시에 구속된 자기 남친 때문에도 울고... 그 이후에 그 가해 학생이 어떻게 됐는지도 몰랐는데 풀려나고 대학도 갔구나. ㄷㅇ이 부모님 입장에서 해꼬지 해도 납득 가능한 상황이고 충분히 그럴 능력도 있으셨는데 대단하시단 생각이 드네.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나 가해 학생 가정 형편은 이동관이나 정순신 류의 무마나 수습은 불가능한 평균 혹은 그 이하였던 걸로 들음.)
허망하게 하나뿐인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든 똑같고, 이 역시도 넓게 보면 학폭인 건 분명 사실이지만 ㄷㅇ이의 죽음은 구타 신고식이라는 악습의 결과지 정순신 아들이나 이동관 아들, 줄줄이 사과문 내고 잠적하는 연예인들이 저지른 짓과는 궤가 다르다.
근데 그 수십년 전 일을 열심히 찾아와서 굳이 동일 선상에 올려 놓고 학폭으로 인한 아들의 죽음마저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사악한 자들의 노력과 머리에는 찬탄과 욕을 함께 보낸다. ㅗㅗㅗㅗㅗ
잡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