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으로 인한 불면증 시리즈...라기 보다는 이건 읽던거라서 새벽에 끝을 낸 책. ^^
돈란 것은 정말 무섭다. 만약 학생 때였다면 시험이라고 해도 나 죽겠소~ 하고 그냥 엎어졌을텐데 오늘 새벽에 기어이 마감을 해냈다. -_-v 그리고 그냥 자기 좀 그래서 읽던 책을 마무리.
정신과 의사였지만 지금은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과 감상실 무지크바움의 주인으로 탈바꿈한 주인장 박종호씨가 발로 누빈 일종의 음악축제 기행문이랄까... 안내서랄까... 그런 종류의 책이다.
대체로 난 이런 류의 책은 일관련 필요성이 아니면 거의 읽지 않는다. 외국도 잘 고른 일부를 제외하곤 큰 차이 없지만 한국 저자들의 이름이 나온 대부분의 이런 류의 얕은 겉핥기... 여기까지는 용서할 수 있다. 그나마도 오류나 말도 안되는 옛날 얘기를 어디서 주워듣고 헛소리를 줄줄 늘어놓는 통에 짜증이 만빵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책을 택한 건 일단 저자를 안다는 이유. -매번 밝히지만 개인적으론 전혀 모름. 일 관련으로 접촉했는데 대부분 그렇듯 나는 상대를 알아도 상대는 그 상황과 연결해 설명해주지 않으면 나를 절대 기억하지 못하는 관계. ^^;;;- 그의 엄청난 투자와 내공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읽을만한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다.
다음번 휴가를 영국과 오스트리아권으로 잡았다는 것도 큰 이유였고. 일종의 사전 리서치 겸 떠나온 동네에 대한 향수를 달래보자는 의미다.
결론은 내가 노린 목적에 적합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처럼 뭔가 가슴 설레는 낭만을 자극하는 문장이나, 콕토의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군데군데 푸하~하는 웃음이 튀어나오게 하는 위트는 없지만 오페라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동양인 여행자가 음악 축제에서 느낀 감동이 과하지 않게 드러나 있다.
더불어 본인의 무식함을 과한 감성으로 포장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배경에 대한 적절한 지식 제공과 함께 축제장을 찾아가는 방법과 표를 구하는 방법 등등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점 추가. 새로운 곳에 가면 보는 것만큼이나 먹는 것도 중요시하는 내게 따로 섹션을 뺀건 아니지만 특징있는 레스토랑이나 음식에 관한 코멘트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제일 마지막에 정리된, 이 책에 소개된 음악축제들의 2055년 프로그램들은 이제 낡은 정보라 별 쓸모없지만 연락처, 홈피 등등은 두고두고 잘 써먹을 것 같다.
책 내용과 별 관계없지만 혼자 웃은 부분.
토레델라고 페스티벌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표를 반납하려는 저자. 그러나 환불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절대 해주지 않는 박스 오피스. 정말 북이태리로구나란 생각이 절로... 논리적으로 안되면 나오는 지네들 18번 "여긴 이태리니까." 란 그 4가지 없는 대꾸가 또 떠오름.
우리랑 이태리랑 정말 징그럽게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합리성과 CS부분에선 이태리보다 많이 나은 것 같다. 그러나... 그래도 저런 수준높은 시각과 청각적 자극을 받고 사는 건 왕 부러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