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예전 책이라 이미지가 없다. 김정씨의 정선 아라리라는 반추상 그림을 표지로 쓰고 있는데 그 그림도 없어서 제목이 비슷한 정선 아리랑이라는 그림으로 이미지 대체. ^^ 뭐... 오방색의 사용과 붉은 색, 백색의 색감 대비는 비슷하니까...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 아리랑 시리즈 중 하나.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방향성에 대한 갈등이 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본래 설정했던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만약에 이 책이 비교적 최근에 쓴 책이라면 아예 이 김연갑씨의 답사 방향과 그가 만났던 사람들 위주로 가보겠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바로 몇년 전 자료를 갖고 찾아가도 이미 죽거나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팔도 아리랑 기행이라는 제목 그대로 김연갑이라는 아리랑 연구가가 전국을 누비며 아리랑의 흔적과 남아있는 아리랑을 채집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중간중간 한번씩 감상주의가 지나쳐 객관성을 잃고 나처럼 냉정한 독서가에겐 껄끄러움을 주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자기 흥을 주체못한 그런 사소한 단점을 덮을 만큼의 노력과 알찬 내용이 이 책엔 분명히 있다.
지금 당장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앞으로 아리랑을 연구할 사람들에게 최소한 어디를 더듬어봐야할지, 유적지의 위치만큼은 알려줬다고 해야하나. 그렇다.
더불어 내가 이 작업에 들어온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도 많이 느끼게 한다. 하긴 뭐가 그렇지 않나. 우리 옛 것. 소위 트래디셔널이란 것을 찾아나설 때마다 늘 서글프고 마음이 급하다. 분명 죽어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마지막 숨을 지켜보고 기록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아니 그 임종 직전이라도 기록해놓을 수 있으면 차라리 행운이다. 그런 흔적조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단 문화뿐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란 땅에 함께 살고 있었던,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떠나보낸 생명체나 종들도 엄청나게 많겠지.
내가 기억하고 써먹기 좋은 내용들만 뽑는다면... 제주도 아리랑. 독립군과 연결된 거꾸로 아리할, 울릉도 아리랑,
사건으로 보자면 미군 51사단의 사단가로 쓰이는 아리랑. 조미통상조약 때 연주되었다는 아리랑 연주. 프란체스카 여사와 아리랑과의 에피소드, 영화 아리랑에 관한 내용들이 될 것 같다.
이외에 나가다 겐지로 혹은 김영길이라는 이름을 알게된 것은 부수적인 수확. 지금 쓰는 글에 지나가는 식으로건, 아니면 하나의 흘러가는 에피로스로건 한번쯤 얘기하고 지나가면 좋을 것 같다.
전혀 관계없는 얘기지만 진도와 진도 아리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 하나.
2003년이던가 설날 특집으로 농촌과 연관된 우리 특유의 민속을 보여주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한적이 있다.
프로들을 초청하는 거라면 일이 쉬운데 아마추어들의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것이었는데 어렵게 진도 아주머니들의 바가지 긁는 노래랄까... 그런 것을 찾아서 섭외를 했다. 그때 우리는 대충 한 대여섯분 정도 올라오면 되시지 않나 했는데 누가 올라가고 누가 남느냐의 문제로 난리가 났던 모양. -_-;;; 한바탕 그 안에서 살풀이가 있은 뒤 공평하게 아무도 안 가고 출연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녹화를 며칠 남겨놓고. ㅠ.ㅠ 차라리 선발이 힘들다고 했으면 다 오시라고 했을 터인데... 그때 급하게 새로 출연자 섭외하고 난리를 쳤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
작은 섬 하나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노래와 명인들이 있는 것이다. 진도가 정말 흥과 멋이 많은 고장이긴 한 모양.
이제 또 다음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일과 전혀 관계없는 악의 역사 세트 구매했음. 저 쌓아놓은 책들은 언제 다 읽으려고 이러는지. -_-;
책/예술
팔도 아리랑 기행
김연갑 | 집문당 | 2006. 3.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