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가 또 올라오려나보다. ㅠ.ㅠ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얼굴 한쪽이 땡그랗게 부었다. -_-;;; 그냥 죽을 때까지 함께 해주려고 했건만 이별을 진심으로 원하는 모양. 다음주는 바쁘고 다담주에 치과 예약을 정말로 해야겠다.
여하튼 이 갑작스런 치통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뭔가 머리 복잡하고 그런 책은 원하지 않고 뭘 읽을까 하다가 미술 치료 효과라도 있을까 싶어 잡은 그림책이다.
영국의 여류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동생인 엘스펫 로버트슨 부인과 함께 1919년부터 35년까지 조선을 방문해 그린 그림들을 엮은 책이다. 그림은 언니가 , 글은 동생이 썼는데 그 시대 유럽인들과 98% 와 달리 한국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놀랄 정도로 애정도 느껴졌고.
보통 기록을 할 때 번역자의 이름은 빼놓는데 송영달 교수는 자신의 키스 컬렉션을 활용해서 이 책의 내용을 더 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계로 옮긴이의 이름도 함께 옮겨놨다. 정확하게 얘기한다면 이 책은 키스 자매 著 송영달 譯이 아니라 송영달 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굳이 옮긴이에 머무른 학자적 양심에 탄복했다. 외국책 3-4권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짜집기 한 책을 내면서 000 著 라고 당당하게 이름 붙이는 몇몇 유명 저술가들은 이런 걸 좀 보고 배우면 좋으련만.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 책은 키스의 그림에 묘사된 당시 한국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글로만 묘사될 때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생활의 모습과 일상, 의상, 표정들이 단 한커트로도 완벽하게 전달. 특히 한 나라임에도 많이 다른 남쪽과 북쪽의 의생활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다수 인간들이 명대사는 기억 못해도 명장면은 기억한다는 비주얼의 우위성을 재확인하는 기회랄까...
내용도 삐딱한 방관자나 신기한 풍물을 구경하고 지나가는 구경꾼이 아니라 내부를 이해하고 친해지려는 시도가 보인다. 유럽 신문이나 잡지에 등장하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그 말도 안 되게 묘사되는 요상한 한국에서 탈피했다는 것이 호감이 간다.
수채화나 판화의 한계이자 특징이겠지만 색감 사용과 그림의 질감이 굉장히 동양적이다. 만약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이름이 전면에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 화가로 착각했을 것 같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본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뜬금없는 문장이 한번씩 튀어나와 헷갈리게 하는 걸 제외하고는 편집에서도 아주 만족. 오타 2개는 고유명사가 아닌 고로 그냥 용서하기로 했다.
책을 보고나서 생긴 궁금증 하나.
교수와 결혼했다는 공주는 과연 누구일까? 설명만으로는 당연히 덕혜옹주려니 했는데 그림을 그린 시기와 상황을 보니 그녀는 아니다. 누굴까???????
시간이 나면 김윤식에 대한 얘기도 좀 찾아다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