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엥글러 | 백의 | 2005. 11. 4~7
내 동생은 이 책을 보는 나를 보더니 "벌써 다음 휴가 준비하는거야?"라고 황당해 하던데... 그러고 보니 내가 다음엔 비엔나를 가겠다고 온 동네방네 떠들고 있구나를 기억했음. ^^
그 얘기를 들은 다음부터 다음 여행을 위한 예습서로서 기능이 하나 추가되긴 했다. 그러나 그건 좀 먼 훗날의 얘기고 일단은 당장의 필요를 위해 급히 고른 책. 파리에서 삘 받은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
그런 갖가지 목적과 상관없이 이 책은 사진이 좀 적다는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재미있다. 음악에 흥미가 있는 여행준비자라면 금과옥조인 내용들로 그득하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나 음악가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독자에겐 약간은 약간 고문이 되지 싶기도 하다.
일단 기행이란 제목에 충실하게 오스트리아 지도를 놓고 변방에서 비엔나를 향해 천천히 구경하며 다가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음악사와 음악학을 10년 넘게 머리에 쑤셔넣어야했던 나조차도 생소한 이름들이 한두개 들어올 정도인걸 보면서 -이건 잘난척이 아니라...상급학교로 갈 때마다 음악사 등등은 반복되는 필수과목인 관계로- 귄터 앵글러란 사람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감탄을 했다.
각자 흥미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 특히 이 권터 앵글러의 글이 와닿았던 것은 이 사람의 지식과 관심사가 비단 음악 안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다는 점에서다. 상당수 사람들에게 아무 의미없을 코코슈카나 파니 엘슬러 같은 이름을 그는 그 지역의 주인공이 되는 음악가와 연결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오호~를 연발했음. ^^
함스부르크 왕가가 4명의 작곡자 왕을 뒀을 정도로 음악적인 핏줄을 타고 났다는 것도, 그 근엄한 철권통치 여제인 마리아 테레지아 역시 뛰어난 음악가였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다음에 쇤부른 궁에 가면 처음 갔던 그때와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이건 당연하겠지
번역도 전체적으로 꼼꼼히 잘 되어 있는데 결정적인 실수 하나 발견. 아마 오타이거나 번역하다가 잠시 정신이 나간 찰나에 잘못 쓴 것을 교정이 안 한 것 같은데 리스트 관련 부분에서 바그너가 리스트의 장인으로 나온다. 유부녀인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성공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후원자의 아내였던 리스트의 딸 -역시 사생아-과 역사에 남을 만큼 스캔들을 일으키고 결국 결혼한 바그너가 리스트의 장인이라니. 이 무슨 망발을... -_-;;;
이런 류의 서적은 초보자나 아마추어 애호가를 위한 입문서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재판이 있을 경우엔 필히 수정이 되야하지 싶다. 이걸 제외하고 아주 심각한 오타나 오열은 없었던 것 같음.
내용도 괜찮지만 자그마한 사이즈에 하드 커버로 예쁘게 잘 만든 책이다. 다음에 책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걸 염두에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