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갈 일이 있어서 역시나 성의 일본사를 제치고 따라나온 책.
올 초인가 연말에 선물받은 책인데 좋아하는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밀려있었다. 선물한 사람에 대한 예의상 한시바삐 어땠다는 감상을 해줘야 하는 고로 내내 숙제 미뤄놓은 것 같았는데 오늘 해결. 적당히 두꺼워 갖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라 간택됐다.
약간의 의도도 포함됐지만 파리와 런던 여행을 앞두고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다고 하고 싶음.
과연 밀레의 만종(삼종기도)는 얼마에 팔렸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이라는데 미술사의 새로운 부분을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시간 투자할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일단 막연히 보던 명화의 또다른 뒷 얘기, 사랑이나 질투가 아니라 돈. 그 스폰서쉽과 그림의 관계를 풀어놓고 있다. 2년 전 루브르나 오르세에서 봤던 기억이 아는 그림도 있고 분명 그 전시실에 있었을 텐데 하얗게 지워진 그림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런던에서 짧은 일정 동안에는 내셔널 갤러리를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해줬음.
그리고 피렌체에 꼭 다시 한번 가서 최소한 2-3일은 투자하면서 미술관들을 훑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교 때 피사와 묶어서 하루 겨우 들렀던 피렌체에서의 시간이 참 아쉽다. 왜 그때 우피치 미술관에 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유명한 세례당의 문이 천국의 문 하나만 있는게 아니었을 텐데 다른 문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한 내 무지가 후회막급. 다음에 가면 하나하나 다 살피면서 메디치가 순례를 하고 와야지~
부럽다고 하고 싶은 것은... 인상파 화가들 그림 속에 살짝살짝 드러나는 자포니즘. 일본 우끼요에나 도자기들을 보면서 나가사끼 항구 하나를 열어놓고 서구와 교류했던 그 한줄기 통로가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럽에 몰아쳤던 자포니즘 열풍에 대한 일본인들의 긍지가 조금은 이해되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일찌감치 서구에 진출해 나름대로 활약까지는 아니지만 족적을 남긴 일본 예술가에 대한 기록과 일본인 패트런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자세히 하고 있다.
그림과 화가, 패트런에 대해 정신없이 몰입을 하면서도 1800년대 후반 조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에 대해 생각을 안할 수가 없음. 2200년대에 살 우리 후손들이 있다면 2000년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란 생각은 안 하게 하면 좋겠는데...
저번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 소개없이 그림들과 인사만 했는데 이번엔 서로 구면인 사이로 그림들과 좀 친해져 봐야겠다. ^^
책 포스팅하려고 날짜 확인하다 친구 생일인 것 확인하고 생일축하 문자 날렸다가 칭찬받았음. 내일 저녁 사준다고 나오랜다. ㅎㅎ; 한끼 벌었다~
책/예술
예술과 패트런 - 명화로 읽는 미술 후원의 역사
다카시나 슈지 | 눌와 | 200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