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현대물.
그동안 평이 워낙에 엇갈려서 이 작가의 책은 한권도 보지 않았는데 오늘 빌릴 책도 없고 또 마감 직후라 무겁고 머리 쓰는 읽을거리는 땡기지 않아서 가볍게 휘리릭 볼거리로 골라왔는데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절절한 사건이나 이벤트, 혹은 교류조차도 없이 누군가에게 꽂힌 마음을 1-2년도 아니고 혼자 자가 발전하면서 몇년씩 담고 있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라고 보는 관계로 그런 류의 내용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런 류의 전개인 몰입도 전혀 하지 못하고 내던져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즐겁게 다 봤다.
일단 가볍지만 그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나? 그건 아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그리고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그런 사랑이 이제는 대한민국이란 이 내숭덩어리 땅덩어리에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에 남주의 감정선이 이해가 되고 또 무겁지 않게 얽힌 설정이며 육탄공세에 안돼....에서 금방 돼~로 바뀌는 여주의 심리 역시 납득이 간다.
군데군데 안배된 에피소드며 궁합과 같은 소소한 양념성 설정들도 튀지 않고 재미가 있었고.
삐리리~씬이 난무하지만 그게 지겹거나 지저분하지 않고 산뜻하게 느껴진 게 이 소설의 최대 강점이라고 해야할까?
설정이나 구도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버무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맛이 있을수도 있다는 사실의 재확인. 굳이 찾아서 읽을 열정까진 없지만 이 작가의 로설이 눈에 띄면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 같다.
머리를 식히기 위한 목적 달성~ 2시간동안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