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소식을 보니 잊고 있었던 조양은과 얽힌 옛 기억이 하나 솔솔.
물론 이것 역시 조양은은 절대 모를 나와 당시 내 동행자들만의 추억이다. ^^
6-7년 전인가? 정확한 시기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여하튼 잘 가지 않는 압구정동에서 약속이 있었다. 저녁 먹고 조용한 곳에서 푸근하게 수다나 떨자는 의기투합에 들어간 청담동의 한 한적한 카페.
소파도 편하고, 마침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거의 방바닥 모드로 퍼질러 수다를 한참 떨고 있는데 뭔가 묘~해지는 내부의 공기. 뒤를 돌아보니 쬐끄만 남자가 20대 초반의 청초한 아가씨를 끼고, 뒤에 줄줄이 깍두기들을 거느리고 들어오는 것이다. -_-;;;; 인간의 출현으로 뒷덜미가 따끔따끔해지고 공기가 바뀔 수 있다는 건 그때 처음으로 체험했다.
여하튼 보스를 안에 모신 깍두기들은 그야말로 깍듯하게 카페 밖으로 나가 도열했고 그 문제의 조씨 아저씨와 상대는 뭔가 담화. 그리고 20대 초반의 그 꽃같은 처자는 정말 상감마마를 모시는 나인이나 후궁이 저러지 않았을까 싶은 모드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입안의 혀처럼 옆에서 시중을 들기 시작.
차라리 우리를 쫓아내줬으면 정말로 두고두고 감사했을 텐데.... 불행히도 바짝 얼어버린 우리와 눈을 마주친 그 보스께선 너그럽게도 신경쓰지 말고 앉아서 하던 일 하라는 손짓까지 날려주셨다. 그 하해와 같은 자비를 무시하다 괜히 심기를 거스르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일어날 수도 없다. ㅠ.ㅠ
전세낸듯 떠들던 우리는 쥐죽은 듯 소파에 박혀 모기 목소리로 좀 기다리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자리를 뜨는 게 현명한 거냐 아니면 이대로 공기처럼 있다가 저 아저씨가 나간 다음에 가야 하느냐를 정말로 심각하게 토론했다.
조폭 영화에서 보면 보스가 저러고 있으면 반대파들이 우르르 몰려와 난리가 나는데 혹시라도 여기서 그런 사태가 발생해서 정말 재수없이 칼침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는데 그때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 미치게 나가고 싶었던.... 보스와 함께 카페에 갇혔던 기억. ^^; 깍두기들을 도열하고 등장하셔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악의 포스랄까... 카리스마는 정말로 있더라. 그때 느낀 게 깍두기 대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예전에 잠깐 알았던 중간 보스나 그 밑의 양아치들과는 진짜로 차원이 다름.
그 중간 보스 얘기는 또 다음 기회에~ ㅎㅎ;
그것도 인연이라고 가끔 조폭 검거 얘기 뜨면 혹시나 있나 하고 살펴보는데 발견하지 못하겠는 걸 보면 손 씻었거나, 거기에 이름도 올리지 못할 조무라기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가짜 이름을 알려줬거나겠지. 이왕이면 첫번째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