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만에 옥편을 찾은 기념으로 한자로 한번 올려봤다.
인간 옥편인 부친에게 여쭤보면 되지만 무식하다는 구박을 최소 5분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먼지 뽀얗게 쌓인 옥편을 꺼냈다.
다른 건 대충 다 읽겠는데 저 '학'자를 놓고 봉인지 학인지 한참 고민. ^^;;; 뜻을 풀이하니 저게 본명일까도 싶다. 학춤이라... 굉장히 운치있다고 할까...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이름. 출판사의 뜻도... 야생 열매?
1981년에 나온 책인데 세로줄 쓰기에다가 한문이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 -_-;;; 사실도 조사와 아리랑을 빼고는 다 한문. 변환하기 귀찮아서 제목은 한글 전용으로 통과.
아리랑 다큐를 위한 자료읽기의 일환으로 잡은 책.
제목은 아리랑의 역사적 고찰이지만 실상 아리랑에 대한 정보는 거의 되지 않고 중국에 종속된 한국 고대사 사관에 대한 반박이라고 해야할까?
환단고기류의 황당함이 가득이라면 비호감이었겠지만 내세우고 있는 논리적 근거들이 탄탄하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지만 제법 이것저것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를 솔깃하게 할 정도로 학문적인 배경이 꽤 있어 보인다.
중국 역사에 언급된 고조선과 삼국 역사의 흔적들을 조목조목 반박해나가고 있고, 고조선과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우리 전통의 통치문화랄까 철학, 관제 등에 대해서도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 많다.
요즘 줄을 이어 나오는 일반인용 역사 서적들에서 보지 못한 신선함과 꽉 찬 내용이 만족. 왜 이런 책이 묻혀있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조판 배열을 바꾸고 한글 전용으로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한번 내놓으면 상당히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아리랑에 대한 정보 얻기라는 본래 목적에는 크게 부합하진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림이 될 모티브를 하나 얻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삼국사기부터 언급되는 우리 고어인 아리= 길다. 라(나)= 강. 아리수= 한강이라기 보다는 강 전체에 대한 통칭.
이런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결국 강과 연관된 것은 농업이니 아리랑이라는 노래는 농업과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거겠지. 신경림 시인이 민요 기행에서 계속 언급했던, 농업이 성한 곳에서 민요가 살아남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상당히 막연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림의 전체적인 맥은 잡게 된 것 같다.
물과 사람과 땅(농업=산업). 그리고 아리랑.
좀 스펙이 벌어지는 얘기지만 돈이 있어야 문화가 가능하듯, 근세 이전까지 돈이 되는 산업은 농업이니 결국 아리랑도 농업이 성한 지역에서 발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대와 과거의 연결점을 찾아나가는 작업이 재미의 관건이 될 것 같다.
당장 돈벌이가 되는 이런 내용외에 건진 것은 고구려까지 이어진 우리 민족의 여신 숭배에 관한 흔적. 유화 부인의 사당과 제사 등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고구려에 관한 글을 쓸 때 잘 써먹을 것 같음. 막연했던 여주의 캐릭터가 이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잡혀가는 느낌이다. 빨라도 내년 이후가 될 예정이니 머릿 속에 묵혀놓고 천천히 다듬어 봐야겠다.
재미에 비해 진도는 엄청 안나가서 고생했지만 횡재한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