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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도 안 되는 작은 책인데 책이 작다보니 파묻혀 들어가고 그나마 찾아놓았더니 또 이사 와중에 사라졌던 책. 책장 정리하면서 찾아 오늘 남은 몇쪽을 끝냈다.
좀 가벼운 읽을거리를 원했는데 내용의 밀도나 무게가 좀 빡빡하달까... 약간은 보고서적인 느낌이 강하다. 대신에 일제 강점기 서울의 도시계획이며 변화상에 대해선 이야기식이 아니라 많은 데이터를 근거로 보려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꽤 될 것 같다.
이 시대에 강남은 아예 서울이 아니었으니 제외하고 노량진, 영등포의 편입과정이며 (면이나 읍이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 그들이 계획했던 경성시가지 개발 계획에서 고급 주거지구, 상업지구 등등으로 나누어 놓은 구획이 지금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또 그 뉴 타운 머시기 하는 것에서도 역시나 계승되고 있는 것이 좀 많이 씁쓸하다. 일본 때 만들어지고 계획된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감정적으로 소화하기 쉽지는 않은 것이 빡센 극일 역사교육 세대의 한계인 모양이다. 사실 지금 서울의 모습을 볼 때 그다지 잘 계획된 것 같지도 않고. 결국 버그가 많은 베타 테스트 버젼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 저자의 말마따나 일제 청산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모양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문화사업은 멀쩡한 회관 부숴 새로 짓고 그 와중에 고루고루 돈도 좀 챙기고, 스포츠 육성은 운동경기장 허가 새로 내주고, 도시계획은 무조건 있는 것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는 줄 아는 서울 시청의 돌덩어리를 성토하고 있음. 이왕에 불도저일거라면 좀 덜 무식하고 세련된 비젼을 가져주면 누가 죽이나. 하긴... 이 바람 역시 뽀삐가 경견에서 챔피언이 되는 날을 기다리는 게 더 빠르겠지. 포기할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통령 되는 최악의 사태만 오지 말자고 기도를 집중하자.
본론으로 돌아와서 1900년대 초중반. 넓어지는 서울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도시계획을 살피는 출발로 괜찮은 책이다. 그렇지만 아주 가볍지도, 그렇다고 깊지도 않은 내용... 내게는 그럭저럭 만족이었지만 이런 류의 총서에서 가벼운 읽을거리를 기대하는 사람에겐 조금은 버거울 수도 있겠다. 반대로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면 욕을 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