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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프로젝트 아리랑을 위한 책읽기 1탄.
처음엔 재미없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읽다보니 슬슬 재미가 붙었다.
그리고 정선 아리랑이나 겨우 알던 내게 청주 아리랑이라는 소실된 존재에 대해 알려준 책이고 또 멀리 간도와 중국땅에서 우리의 아리랑과 민요, 설화 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고 또 고난을 겪었는지에 관해서도 알게 해줬다.
모택동의 소위 그 대약진 운동과 문화 혁명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에게까지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갖고 고통을 줬는지 만역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로 느껴졌다고 해야겠지.
이 땅에서도 사라진 청주 아리랑이 보존된 정암촌이란 곳은 1938년 경 일제의 만주 개척을 위한 사탕발림에 속아 이주한 충청도 사람들이 모여 살던 정착촌이다. 바로 옆에 오갈 수 있는 함경도가 있었지만 자신들은 충청도 양반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들과 교류를 완강히 거부했던 까닭에 청주 아리랑이 온전한 형태로 보급될 수 있는 캡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이 아리랑이 채보되던 70년대까지의 얘기이다. 청주 아리랑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던 1,2세대들은 이미 다 세상을 떠났고 정암촌이라는 조선족 마을은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 빠르게 붕괴되고 있고 활발한 교류로 인해 그 원형의 상당부분이 이미 훼손되었다.
민요라는 것이 주변 환경과 변화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훼손된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지만 어쨌거나 고스란히 남은 옛 원형을 연구해야할 학자들에겐 아쉬울듯도 하다.
조선인이 가는 곳에는 반드시 따라간다는 아리랑.
이들이 불렀던 청주 아리랑은 한 소녀가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면서 고난의 과정을 겪고 늙어가는 과정의 설움과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형태이다. 그리고 그 소녀처럼 낯선 고장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정암촌 충청도 사람들의 한이 절절이 서렸다고 볼 수 있겠다.
불을 끄러 가는 소방수의 심정으로 조선의 노래와 설화들을 수집해야 한다.
이 당시 조선족 지역의 책임자였던 사람이 수집을 맡은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이미 조선의 노래와 이야기들은 빠르게 소실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선구자적인 노력으로 50년대부터 중국 조선족의 문화를 연구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성과. 불행히도 문화혁명의 광기로 인해 소실된 그들의 노력이 안타깝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책이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내가 준비하려는 다큐멘터리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맥락 파악에는 나름대로 쓸모없는 시간 투자는 아니었다.
일과 관계가 없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지만... 1930년대 우리 민족의 이주와 만주의 충청도인들에 대한 탐험 차원에서는 아주 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