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용실에서 장신구의 역사를 끝내고 이어서 읽은 책.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 몰아닥쳤다던 그 금광 투기 열풍을 파헤친 책이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대충 읽고 잊어버리는 킬링타임용 가벼운 글로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대박을 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장점은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입문서들의 공통적인 문제 - 한정된 사건과 삽화, 기사의 재탕- 에서 많이 비켜서 있다.
소재 자체가 신선했던 것도 이유겠지만 여기 등장하는 기사나 인물들의 면면은 상당히 새롭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 유명한 문인이며 명사들마저 휩쓸렸던 금에 대한 열망을 보여줌으로써 엿보기의 즐거움마저 제공한다.
조선일보의 사주였던 덕분에 21세기에도 계속 보수의 수괴 취급을 받는 방응모씨가 금광으로 돈을 벌어 신문사를 인수하고 명망가의 대열에 섰다는 것. 방응모가 조선일보르 인수하자 금전꾼 밑에서 기자노릇을 못하겠다는 이유로 기자를 때려치우고 금광을 찾아나선 김기진의 대비는 한편의 희극인 동시에 보통 조사와 내공이 아니고선 찾아낼 수 없는 저자의 배치인 것 같다.
중반부까지는 이런 식으로 금광 열풍에 사로잡힌 조선의 모습과 금으로 성공하고 몰락한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된다. 그러나 만약 단순히 이런 사건과 인물 위주의 파일이었다면 난 '괜찮군. 재밌었다.' 정도의 감상만을 남기고 이 책을 덮었을 거다.
그런데 이 황금광 시대의 진정한 가치는 후반부, 4장 금광 열풍은 어디서 불어왔을까 와 5장 황금광 시대의 몇가지 미스터리에 있다.
비화 기록에 그치지 않고 국제 상황과 일본 경제의 부분에서 그 원인을 찾아내 제시하고 아직도 심심하면 한국땅을 들썩이게 하는 그 야마시타 보물선의 허상을 밝혀준다. 물론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걸 감안할 때 이걸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가려운 자리를 확확 긁어주는 내용이었다.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한국땅을 들썩이게 하는 부동산 열풍에 버금가는 이 10여년 간의 금광 열풍이 어떤 것이었는지. 한번쯤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자료로서 가치도 훌륭하다고 본다.
책/인문(국내)
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 살림 | 2007.4.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