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3명이 함께 가기로 했으나 몸이 성치 못한(? ^^) 모님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ㅅ님과 둘이서 고고씽~
12시에 만나 점심을 간단히 먹고 속을 적당히 채운 다음 코엑스 인도양관으로 갔다. 사전등록한 출입증을 받아 입장.
평일이라 아주 한산하지 않을가 했는데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의외로 꽤 복작거렸다. 너무 한산하면 부스의 사람들이 맥이 풀려서 재미가 없고 너무 도떼기 시장이면 정신이 없는데 딱 좋은 정도.
나의 가장 큰 목적은 작년에 극강의 만족도를 보여줬던 pickwick의 루이보스 바닐라와 나는 구입하지 않았지만 호평이 자자했던 트로피컬 프루츠를 장만하려던 거였다. 그런데 올해는 pickwick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모양이다. ㅠ.ㅠ
그래도 생각지도 않았던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가 있어서 늘 마음에 담고 있었던 요크셔 골드 125그램짜리를 8천원이라는 정말 착한 가격에 구입~ ^0^ ㅅ님도 덩달아 구입~ 그리고 책을 왕창 빌려준 ㅁ님께 줄 대여료로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도 샀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아일랜드 홍차 브랜드라는 b 어쩌고 하는 처음 보는 회사 부스도 있었는데 가격이 좀 심하게 착하지 않아서 그건 그냥 포기.
딜마와 임프라도 있었지만 임프라는 물건이 너무 다양하지 않아서, 딜마는 가격에 메리트가 전혀 없어서 그냥 통과했다.
오늘 구입한 홍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보성녹차에서 새로 내놓은 육월홍(六月紅)이라는 국내산 홍차. 찐~~한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좀 엷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순한 목넘김에 아주 신선하고 동글동글한 향을 풍기는 첫 느낌부터 부드럽게 입가를 맴돌려 사라지는 잔향까지. 정말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다. 50g을 8천원에 샀는데 어설픈 실론티 종류를 마시느니 난 이걸 마시겠음. 홍차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동행자 ㅅ님도 아주 흡족해함.
포장 디자인 등을 보강하고 이름을 세련되고 기억하기 좋게 해서 내놓으면 꽤 시장성이 있지 않을까 혼자 그런 생각을 살짝 해봤다. 그런데 현재로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려는 모양이다. 뭐... 회사 나름의 신중한 논의와 연구를 거친 결론이겠지만 아주 조금만 포장의 퀄리티를 높여도 훨씬 눈길을 끌텐데... 개인적으로 아쉽다.
다미안 (혹은 티젠)이라는 부스에서 각종 허브차, 과일차와 몇종류 홍차들을 파는데 틴이 예뻐서 과일 혼합차인 후르츠 가든과 티백들을 구입. ^^; 맛은 아직 마셔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음.
정말 황홀한 맛을 내는 야생화차를 파는 곳이 있었지만... 한뼘 정도 되는 크기의 병 하나에 장장 100000원이란 얘기에 기절하고 후퇴했다. 대신 심비원이란 부스에선 다래순을 말린 야생화차를 구입. 복분자차며 백련차, 국화차, 보리순차 등등 여러가지를 마셔봤지만 내 입맛에는 가격 대비로 볼 때는 이게 제일 나은듯. 맛으로만 따지면 보리순차도 환상적인 맛이었지만 걔는 몸값이 다래순의 장장 2배 반이라. ㅠ.ㅠ
전혀 쓸모도 없는데.... 야외 티타임을 위한 피크닉 바구니에 침을 흘리고, 여러가지 차 관련 부속용품들을 보면서 또 한번 침 질질. 동행한 ㅅ님은 맘에 딱 드는 녹차다구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장만을 했고 난 그 옆에서 소심하고 향꽂이 2개와 녹찻잔 받침, 그리고 다식용 나무 접시 하나 장만.
내년 티월드 때 ㅅ님은 도자기로 만든 풍경을, 난 커다란 도자기 수반까지 포함된 세트를 꼭 장만하기로 결심했다. (내년엔 우리 둘 다 이 사실을 잊어야 할텐데.... -_-;;;;)
내 돈 주고는 절대 구입할 수 없는 20년된 보이차 청병도 맛 보고 (역시 입이 요물이라고 바로 전 부스에 맛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_-;;;;) 각종 수제녹차들도 원없이 마셔줬음.
건강용품 같이 전혀 뜬금없는 것들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했던 작년과 비교해서 차와 관련된 것에 집중한 건 올해가 더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샘플을 주는 곳이 거의 없고 (ㅠ.ㅠ 오스트리아 브랜드의 유기농 차를 파는 딱 한군데에서만 받았다) 또 홍차의 비중이 작년보다 오히려 더 축소된 건 많이 아쉬움. 그리고 중국차는 보이차만 있는 게 아닌데 거의 대부분 보이차. 보이차가 확실히 붐은 붐인 모양.
적절한 수준에서 지름신을 단속하면서 (내 능력이라기 보다는 홍차가 없었던 덕이 더 크지만. ^^) 즐거운 구경과 시음과 쇼핑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