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스 종달새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 이뤄지지 못한 건 아쉽지만 첫 출전에 3위. 그리고 쇼트 프로그램 역대 베스트 점수. 내년엔 한국 선수가 한명 더 출전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도 너무 고맙고.
그.러.나.... 너무 욕심을 부린다는 걸 알지만.... 그 치맛바람 소녀가 연아양보다 한계단 위에 올랐다는 건 영.... -_-;;;; 그래도 1위가 그동안 찬밥 취급을 받아온 미키 안도라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당장의 팬심은 내심 기대했던 1위를 못한 게 아쉽지만 긴 안목으로 김연아란 선수를 봤을 때는 이게 그녀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결과이지 싶다.
첫 출전에 첫 우승을 했다고 치자. 완전히 냄비 뚜껑이 날아갈 정도가 되겠지. 하지만 이 나라 냄비 찌라시들의 성향상 앞으로 그 이하는 인정을 안해줄 것이고... 아무리 담대한 성격이라고 해도 그 압박감은 장난이 아닐 거다.
이제 지치고 부상당한 몸을 추스르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거지. 내년 시즌이 정말로 기대된다~ *^^*
2. 남자 싱글.
랑비의 프리 프로그램을 무한 반복하면서 두근두근.... 그 얼룩말 복장의 영농 후계자 청년이 이렇게 남자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카리스마 만땅으로 변신해 돌아올 줄이야. 이거야말로 신데렐라에 나오는 대모 요정의 변신 마법 수준이다.
시원시원하지만 두근거림이나 아우라가 없는 주베르의 롱 프로그램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감동이다. 쿼드에서 실수하고 점프에서도 잔 실수가 있음에도 그게 거슬리지 않는 몰입력. 이걸 이렇게 한시즌에 그것도 딱 한번만 쓰고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듯. 내년에 또 이걸로 하면 안 되나?
분노한 팬심을 가라앉히고 차분이 앉아 복기를 해보니 쇼트에서 엉덩이 스핀을 한 랑비 점수가 상당한 퍼주기였고, 쇼트와 합산하면 다카하시가 2위라는 건 납득이 간다. 하지만 프리 프로그램 점수가 랑비보다 다카하시가 더 높은 건 역시 납득 불가. -_-;
랑비와 다른 선수들의 프리 프로그램은 차원이 달랐다고!!!!
3. 페어
쉔&자오의 마지막 롱 프로그램 경기. 다시 봐도 정말 멋졌다. 은퇴 후 프로 생활을 할지 아니면 지도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도자로 변신하면 제발 다른 중국 페어들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해서 더 이상 돌쇠들의 쌀자루 던지는 묘기는 안보도록 해주면 좋겠다.
이 커플의 스케이팅을 보면 중국 사람들도 불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왜 저렇게 다들 묘기 대행진만을 고집하는지. -_-; 페어는 힘자랑이 결합된 기예가 아니라고!!!
4. 아이스 댄스
원하던 팀의 우승으로 역시나 흐뭇한 상태. 월드 우승과 함께 은퇴를 하게된 1위 커플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아이스댄스 전성기의 그 예술성과 드라마틱의 잔상이라도 갖고 있던 이 팀이 은퇴를 하니 앞으로는 누굴 보면서 옛 향수를 달래야 할지. 전반적으로 신체점제를 지지하는 쪽이지만 아이스 댄스 만큼은 좀 더 숙고를 해서 보완을 하면 좋겠다. 리프트하면서 후덜덜 거리는 오빠 언니들 보는 게 점점 더 괴로워지고 있음. -_-;
5. 정리
전체적으로 괜찮은 월드로 기억하게 될듯. 그리고 내 평생에 이렇게 덜덜덜 떨면서 월드를 보긴 처음이다. 몰입과 흥분은 응원할 자국 선수가 있는 게 좋지만 그냥 즐기기엔 역시 국외자가 편한 듯 싶다. 쟤는 옷이 예뻐서, 쟤는 음악이 좋군, 저 아저씬 잘 생겨서~ 등등 내키는대로 이유를 붙여 아무나 응원하던 인간인데. 한국 선수가 처음으로 입상권에 드니까 정신이 다 후덜덜.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마 올림픽 때는 나도 청심환을 준비해야하지 싶음.
그런데 이런 평화로운 마음에 찌라시들의 헤드라인을 보는 순간 분노 모드로 돌변! 아쉬운 3위라고? 이 사람들아, 월드 3위면 한국 피겨 역사에 기적이 일어난 거라고! 예전에 88 꿈나무 키우는 수준으로 미친듯이 지원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얼마 뒤에 이런 기적이 일어날지도 요원하구만. 피뢰침을 꽂아놓지 않는 한 번개가 같은 자리에 두번 떨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는 걸 정말로 모르는지... -_-;
6. 희망
내년에도 연아양이 포디움에 올라가고 욕심을 내자면 저 동갑내기 안방공주보다 한자리라도 위에 서기를. 연아양이 얻어온 쿼터로 내년에 함께 출전하게 될 선수가 꼭 프리 스케이팅까지 할 수 있기를.
덧붙여 월드에서 동훈군의 프리 스케이팅 연기도 꼭 보면 좋겠다.
이제 흥분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생산적인 일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만화책도 한권 못읽었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