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감기에 잘 안 걸리는데 에어컨 바람도 한번 쐬지 않은 내가 지독한 여름감기와 몸살의 습격을 허용한 건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지난 5월부터 나를 부글부글 끓게 만든 그 말종들에 대한 화가 부른 병이라고나 할까. 내가 성격이 나쁘다는 건 본래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줄 알았는데... --;;; 이번 참에 스스로에게 아주 독하게 증명을 했으니 다시 수양을 쌓는 일에 매진을 해야 할듯.
각설하고 정신이 시끌거리니 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7월에는 거의 독서를 하지 못했다. 이 책도 이동이 많은 날 들고 다니면서 이틀 간에 걸쳐서 주로 전철 안에서 읽어낸 책인 것 같다.
꽤 오래동안 장바구니에 들어있다가 가격 채우느라 추가가 됐는데 그동안 미뤄놨던게 미안할 정도로 내용은 괜찮았다.
얼마 되지 않는 두께지만 흔한 -늘 강조하지면 비슷한 시대를 다룬 책을 3권 이상 읽다보면 증거로 제시되는 텍스트나 예시는 겹칠 수밖에 없다- 사례와 예시들을 아주 맛깔나게 버무려놨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생활사를 다룬 다른 책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1910년대부터 조선사람들이 꿈꾸던 문화 주택의 묘사라던가 생활상의 모습, 생활 박람회에 대한 시각은 꼭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 책을 잡았을 때 내 관심사는 1920년대였고 그 부분에 대한 사료는 기대보다 훨씬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스위트홈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1910년대의 생활상이나 1930년대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이다.
현대 잡지나 미디어에서 그리는 그 스위트홈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걸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