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술이고 차고 이것저것 꽤 먹고 마셨지만 날 더운에 머리까지 시끌거리니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일단 보이는 것을 몇개만 하려고 앉았음.
BROKENWOOD PARTNERS BLEND DRY RED 2002 는 압구정동에 있는 와인샵 매니저 언니의 추천품. 저렴하면서 아주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는 호쾌한 와인이라고 해서 고기 먹을 때 딱이라 판단하고 집어왔다.
돼지고기와 함께 마셨는데 드라이 와인 특유의 강한 느낌이 살아 있으면서도 탄닌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부담감이 없었다. 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자면 두툼하고 풍부하지는 않다. 뒤에 감춘 더 멋진 모습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의 솔직한 와인.
시지도, 텁텁하지도, 달지도 않으면서 탄력과 밸런스가 아주 좋은 와인이었다. 만원인가 주고 산 걸로 기억하는데 이 정도 가격대라면 추후 구입 용의가 있다.
와인을 고를 때 한겹한겹 벗겨지는 그런 복잡미묘한 향과 아로마, 부케를 필수로 따지는 사람이라면 너무 단순하고 심심하다고 하겠지만 부담없이 마시기에 정말 딱이었다.
GRAFFIGNA MALBEC 2003는 지난 6월 와인 벼룩에서 건져온 와인이다. 이것도 만원에 사왔음.
말벡 품종을 좋아하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베리향이 은은히 감도는 게 향기는 좋았지만 2003년도 산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살짝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는 느낌??? 그것도 그거지만 뭔가 미묘하게 힘의 밸런스가 맞지 않고 라스트 노트에 신맛이 굉장히 강했다.
토요일에 마시고 한잔 남은 걸 월요일에 부친이 드셨는데 어라~ 완전히 대변신이었다. 살짝 떠다니던 좀 잡맛이랄까... 그런 거친 느낌이 말끔하게 사라지고 거슬렸던 신맛은 아주 부드럽고 둥글어져 토요일과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해졌다. 완전히 다른 와인을 맛보는 것 같았다.
이 친구는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인 것 같다. 같은 브랜드의 다른 품종으로 한병이 더 있는데 그건 최소 1시간 전에 따서 공기 접촉을 시킨 다음에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