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배려차원에선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기는 한데 연주 직전에 저렇게 기운을 빼도 되나 싶기도...
김대진 교수의 모차르트는 그답게 아카데믹하고 매끈하고 깔끔했다.
객관적으로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연주이나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감동이나 귀를 파고드는 아우라는 없었음. 모차르트 피아노곡을 들을 때 기대하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그 동글동글함이 없어서 좀 퍽퍽했다.
내 스스로 모차르트 사운드라고 생각하는 그 범위 밖의 소리여서 더 시큰둥했는지 모르겠지만 오케스트라와도 아주 미묘한 삐걱임이 있었다. 바로크와 고전은 기계적일 정도로 맞물림이 매력인 고로 일단 거기서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KBS 리허설을 했으니 예당 공연은 좀 더 낫겠지.
키타옌코 지휘의 레닌그라드는 만족스런 수준이긴 했다,
1악장 보면서 타악기가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란 생각에 혼자 웃었음. 특히 농담으로 한번 치는데 10만원, 100만원 하던 심벌즈가 오늘은 만원 정도가 아니었을까?
1악장의 고조되는 포르테시모 부분을 들으면서 소리가 모포처럼 겹겹이 공간을 감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극적인 클라이막스로 끌어가는 능력이나 피아노부터 포르테까지의 넓은 활용은 정말 키타옌코의 특기다. 그와 연주할 때 KBS 사운드의 폭은 다른 지휘자보다 최소한 1.5배 이상인 것 같다.
오늘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긴 했지만 뭔지 모르게 아쉽다. 조금 더 밀어 붙이고 질러줬으면 좋겠는데 딱 한단계만 넘어가면 있을 그 무엇에 도달하지 못하고 정점이 꺾이는 느낌. 1악장에서도 그랬는데 마지막 악장의 마무리 역시나 같은 아쉬움이 반복됐다.
그래도 이 정도의 곡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것만 해도 어딘지. 그리고 80년대 후반까지 한국땅에선 감상 자체도 금지됐었다는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회장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
이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므라빈스키 영감님 생전에 레닌그라드 필이 연주한 이 레닌그라드를 직접 들은 사람들은 전생에 착한 일을 얼마나 했길래 복이 그리도 많을까 하는 생각을 집에 오는 내내 했다.
키타옌코도 쇼선생과 차선생에 일가견이 있지만 므라빈스키 영감님의 그 끝간데 없이 질러대는 호방한 대륙 사운드에 비해선 너무나 서구적인 것 같다. 하긴 내가 좋아하는 그 호방함을 거칠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으니 취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