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어제 목포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읽은 책.
본래 읽고있던 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는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포기하고 작고 얇은 책으로 3권을 골라갔는데 목표달성했다. 하나씩 빨리빨리 해치우는 재미가 쏠쏠했음.
각설하고.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는 150쪽도 안 되는 포켓북이다.
아마 내가 쟁여놓은 개화기 관련 책들을 다 읽은 상태였다면 이 책을 놓고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을지 모르겠지만 사전 지식이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와 이대 출판부에서 낸 왜곡 투성이의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단 두개의 기초작업만을 갖고 만난 책이라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일단 이런 류의 책들이 갖기 쉬운 딱딱함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인기를 끌었던 다양한 영화나 대중소설과 반증시켜 시각적 자극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영상을 상상하게 해 텍스트를 억지로 머리에 쑤셔넣지 않아도 되도록 한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구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오는 순차 진행이 아니라 테마를 잡아서 그 테마별로 각각의 구조를 가졌던 것도 나름대로 알찬 느낌.
여성을 여성답게 키우는 교육의 의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특히 교육 관련 부분에선 가정가사 시범 학교에서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는 중학생 시절을 악몽처럼 보낸 내게는 더더욱. 2학년 때는 가정 3시간, 가사 3시간. 영어, 수학보다 그걸 더 많이 했고 책에 나온 것은 거의 다 엄마가 만들어야 했다. -_-a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그런 곳에 쏟을 시간이 없어서 당연히 생활관 교육이니 신사임당 수련원이니 하는 곳에 가지않았지만 내 중학교 동창 중 몇몇은 그런 곳에 간다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직도 하고 있을까?
공산당이 아니라 가정, 가사와 한문이 싫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예고 진학을 결정했지만 내가 과거에 했던 선택 중 가장 잘 한 일이 그거였던듯 싶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함.
그런데... 삐딱이 기질은 정말로 타고나는 모양. 중학생 때 뭐 아는게 있다고 그렇게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학교의 교풍이 싫었던 건지.
책/인문(국내)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이임하 / 서해문집 / 2005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