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온 사진 정리는 해야하니... -_-;
파리에 오면 꼭 하려고 했던 일 중 하나가 포 14에 가서 포를 먹는 거였고 또 하나는 뽈에서 아침에 진한 쇼콜라와 크로와상을 먹는 거였다. 어제 포 14로 가면서 뽈의 위치를 찾아내고 행복해하면서 오늘을 기대했다. 눈 뜨자마자 바로 달려감~
커피 매니아인 동행녀는 뽈의 커피가 죽인다고 감탄사 연발. 크레마가 위에 적당히 덮혀서 향이 진하면서도 자극적이거나 느끼하지 않다나... 커피를 안마시는 고로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난 진~~~한 쇼콜라가 혈관을 걸쭉하게 관통하는 느낌을 즐기며 2년 9개월만에 소원성취. 분명 똑같은 코코아 분말이련만 라 스칼라 앞의 카페와 빨레 드이딸리에에 있는 뽈만큼 맛있고 진한 쇼콜라를 주는 집은 없다. 가기 전에 실컷 마셔주리라 벼르면서 만족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역시나 숙제를 위해 갤러리 라파예트로. -_-;;;
내가 출장 포함해 해외에 나와서 이렇게 백화점에 자주 가고 쇼핑에 집중한 적은 정말로 전무후무일듯.
그러나 뇌물 상납 및 부탁받은 김군의 구두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일단 옴므 건물로 직행. 광고 사진에 살바토레 페레가모가 크게 있어서 당연히 있으리라 믿고 들어갔건만 갤러리 라파예트에 페레가모가 없다는 사실 확인해야만 했다.
김군이야 대충 짬밥으로 해결이 되지만 문제는 부친. 캐시미어가 씨가 말랐는지 버버리엔 메리노 울만 있음. 그리고 부친이 선호하는 남성복 매장엔 아직 계절이 이른지 아니면 정말로 캐시미어 공급에 문제가 생겼는지 없다. ㅠ.ㅠ 간혹 있어도 절대 돈주고 사고 싶지 않은 것들. 청천벽력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영국에서 스코틀랜드 캐시미어로 적당히 사올 것을. 어영부영 관광해야할 피같은 시간 반나절을 여기서 허비.
그러나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캐시미어 터들넥 찾아 3만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ㅠ.ㅠ 이번에 얻은 교훈. 선물은 반드시 면세점에서 출국하기 전에 다 산다.
동행녀의 쇼핑에 자극을 받아 -난 유혹과 자극에 약하다. ㅎㅎ;;;- 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외국에서 비싼 옷도 하나 사보고 내걸 과용하니 미안해서 벌충하기 위한 동생옷들을 사고 어쩌고 하다보니 짐이 한짐이다. 내년까지 난 옷 하나도 사면 안됨. 있는 것로 입어야 한다.
여하튼 이 쇼핑의 책임은 부친과 김군에게 있음. 도대체 매트로섹슈얼을 표방하기엔 좀 많이, 그리고 조금 늙은 인간들이 취향은 왜 그리 까다롭고 요구 조건은 왜 그리 명확한지. -_-;;; 카드비 다 갚을 때까지 김군과 부친에게 계속 빌붙고 뜯어먹어야겠다고 결심하며 라파예트 백화점을 나왔다.
들고 움직이긴 좀 버거운 옷보따리라 일단 호텔로 귀가해 짐을 던져놓고 다시 포 14로 가서 점심 해결하고 동행녀는 2차 쇼핑 및 샘플과 트랜드 파악하러 샹젤리제 등등으로 난 들라크루아 미술관으로.
바로 여기다. 골목 안에 숨어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음.
그런데 청천벽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들라크루아 박물관 앞에선 제복을 입은 어떤 여자가 입구에 서서 10월 23(?)일 까지 문 닫아. 그때 지나고 와, 어쩌고 저쩌고. 그땐 난 한국에 가야한다고.... 우쒸....
이번 여행에 날씨는 엄청 받쳐줬지만 이 미술관과 박물관 운은 더럽게 없는 것 같다. 런던에선 브라마가 그리 속을 썩이더니 이번엔 겨우겨우 찾아간 미술관까지 말썽이라니. -_-;
근처 교회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이쪽에 집을 구해 살았고 그가 죽은 뒤 박물관이 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겉만 찍고 돌아왔다. 내 앞에 일본 여자애 하나도 헛걸음했음. 아주아주 쬐끔이지만 위로가 됐다.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루이 15세가 주느비에브 성녀에게 바친 것으로 추정되는 -불어 설명만 있음. 대충 고유명사만 때려잡았다- 성당에 들러 잠시 구경과 촬영.
본래 겉만 보고 지나갈 곳이건만 들라크루아의 충격이 너무 컸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거라도 하나 봐야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에 들어가긴 했지만 역시나 크게 볼만한 것은 없었다.
여기서 중세 박물관으로 이동. 그 사진들은 다음에. 졸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