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아, 김영현, 박완서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7.11.8
1992년에 나온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박완서 문학 앨범의 개정판이다. 앞서의 책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자료 확보의 차원에서 급히 쑤셔넣기 독서. 전권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지만 그 이후 덧대어진 10여년의 세월에 걸맞는 추가된 이야기들이 반복이 주는 지리함을 덜어준다.
특히 내 개인적으로 고마운 건 책 말미에 있는 상세한 연보에 2002년까지 시간이 더해져서 채워야할 것이 5년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점. ^^;
박완서 문학앨범이 작가 자신, 딸, 권명민이라는 평론가 세 사람의 시각이 모인 책이라면 이 책은 그 이후 더해진 맏딸의 추가된 어머니에 대한 감상, 그리고 친분이 있는 김영현 작가와 권명아 평론가의 작가론이 더해진 좀 더 두툼해진 개정판.
앞서의 초판본에는 작가가 고른 '그 가을의 사흘동안' 과 '저문 날의 삽화 5'라는 두 단편이 있었는데 이 개정판에는 '해산 바가지'와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이라는 단편이 들어가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초판본에 실린 이야기지만 70-80년대 중산층 여성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 들었던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건 개정판에 실린 해산바가지일지 모르겠다. 지금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옅어졌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남아 선호가 불과 10여년, 20여년 전에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꿈틀거렸다는 사실이, 그 문제를 다룬 어떤 다큐멘터리나 르뽀 기사보다 더 몸서리치게 다가온다.
다행히 내 어머니는 딸 아들 차별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박완서 작가의 꿈꾸는 인큐베이터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이 해산바가지에 또 다시 충격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불어 내가 그 질긴 줄기에서 자유로워진 세대라는 것에 감사를 하게 된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딱 하나만 낳는다면 난 주저없이 여자아이를 선택할 거고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아들 없음에 대해 비관하는 내 또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태아감별을 놓고 떠들썩했던 기억이 남아있고 아들에 대한 절대적인 선호는 내 주변에 확실히 살아 있기는 했다.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이전 문학앨범보다 좀 더 개인적이다. 그건 또 다른 단편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전 책이 그랬던 것처럼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개인사와 그 뒷 배경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호기심 충족의 장도 될 듯.
그런데.. 내용도 더 많아지고 사진 배치고 더 공을 들인 티가 낢에도 불구하고 제목은 영... 뭔가 문학적인 향기가 폴폴 풍기던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박완서 문학앨범'과 달리 이번 제목은 너무 삭막하달까... 그게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