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생각나는 김에 앉아서 해보자면...
고디바 다크 코코아 믹스
계화차라는 화차
홍차는 대충 두가지가 기억난다.
루피시아의 봉봉
일동 홍차의 그레이프 후르츠 홍차.
고디바의 다크 코코아 믹스는 맛있었다.
밀크 코코아 믹스가 가격대비 좀 많은 실망감을 줬던데 반해 얘는 돈값을 어느 정도 했음. 통으로 사온 걸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
덜 달고 진하고 걸쭉하고. 가격은 좀 안 착하지만 노력대비 맛의 효율로 봤을 때는 최상급에 속한다. 초콜릿을 직접 녹이는 수고없이 그냥 우유를 머그째 전자렌지에 뎁혀서 간단히 마시고 싶을 때는 애용할 것 같다.
통에는 우유 한잔에 4큰술을 넣으라고 하는데 4큰술은 좀 오버인 것 같고... 3큰술이나 3큰술 반 정도. 라이트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2큰술 정도로도 충분할듯.
코코아 타는 일이 간단해지면 출출할 때 유혹이 엄청난데 밤에 마시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 같다. ^^;;;
계화차는 전에 중국차들을 좀 샀을 때 마셔보라고 딸려온 화차.
노란 안개꽃을 뜯어 말린 것 같이 자잘한 꽃잎들이다. 이거야말로 사진이 필요한데... 게으른 관계로 생략.
우려낸 찻물은 카모마일처럼 노란 수색으로 예쁘다. 그런데 맛은 약간 찝찌름하달까.... 화차에서 기대하는 향긋함이나 산뜻함은 못 느꼈다.
이런 차가 계화차로구나 경험을 해보는 의미에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두고두고 애용할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이게 정말 계화차의 맛이로군! 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하지 않는 한 이번 시음으로 끝이 날듯.
루피시아의 봉봉은 교환해서 얻은 홍차.
가까운 일본에 있어서 그런지 한국 홍차 애호가들에게 루피시아의 명성이나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시즌별로 맞춰 내놓는 다양한 블렌딩이나 가향차, 그리고 예쁜 포장 패키지 등 마케팅 전략은 볼 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음식이건 차건 뒤섞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 내 취향이라 내 돈 주고는 좀처럼 사게 되지 않는다. 버찌에 설탕에 후추, 바닐라, 초콜릿 등등...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조합들을 뒤섞어 놓는데다 또 너무 많은 블렌딩이 있어서 접근할 엄두도 잘 못 내겠다.
예전에 선물받은 2005년 복차 말고는 맛볼 기회가 없었던 루피시아 홍차와의 두번째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봉봉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달짝지근함이 향과 맛에서 동시에 폴폴 풍겨나온다. 그런데 좀 당혹스러웠던 것은 봉봉이라 하면 보통 초콜릿 안에 필링이 들어간 그 맛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데 이 홍차에선 그 맛과 향은 솔직히 느끼지 못했다.
이 홍차에 첨가된 향은 어디선가 맛본 기억은 있지만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정체불명이었다. 약간은 싸구려틱하면서 친숙한 향을 마시면서 내내 이게 무슨 맛일까만 생각하다 퍼뜩 답을 찾았다. 바로 자두맛 캔디. ^^;;;
고딩 때 학교에서 이 자두맛 캔디가 엄청 유행이라 몇개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 사탕을 좋아하진 않아서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먹지 않은 바람에 기억 창고 저 밑바닥에 묻혀있던 그 자두맛 캔디가 바로 봉봉을 마시면서 다시 떠올랐다.
티푸드로 아루의 마론 케이크를 곁들였는데 티푸드와의 조합은 솔직히 실패. 봉봉은 티푸드를 곁들이기 보다는 그냥 홍차만 놓고 깔끔하게 마실 때 어울리는 것 같다. 냉침을 해서 차게 마셔도 어울릴 것 같음.
두번 정도 더 마실 분량이 남아 있는데 단맛이 살짝 땡길 때 즐겁게 끓여서 마셔줄 것 같다. 그러나 내 돈 주고 구입까지는 안 하겠음.
일동홍차는 저번에 일본 갔을 때 수퍼마켓에서 재미삼아 사 본 과일향 티백 홍차 패키지. 싸기도 워낙에 쌌고 (천원이나 그 초반대 수준) 2개씩 5종류니까 실패를 해도 처리에 크게 고심할 것 없다는 분량의 가벼움도 충동구매를 자극했다.
5종류의 맛이 있는데 일단 가장 상큼해보이는 그레이프 후르츠를 골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대비 최고 성능! 과일향 홍차가 자칫하면 과일맛 사탕이 되어버리기 쉬운데 따로노는 느낌이 없이 맛과 향의 조합이 굉장히 좋다. 역시 많이 마시고 시장이 크면 제품의 수준도 올라가게 되는 모양이다.
다른 맛들도 하나씩 시음해봐야겠다는 기대가 폴폴 일어나고 있음.
티백을 밀폐포장을 해놓은 센스가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5포씩 비닐 포장을 해놓고 티백들은 종이로 해놔서 일단 뜯는 순간 향이 날아가고 있는 트와이닝과 달리 유통기한이 끝날 때까지 안심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가 있겠다.
그리고 포장과 디자인에 목숨 거는 일본답게 티백 하나하나의 디자인과 색감도 예쁘다. 홍차 티백 모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증정하고 싶을 정도. 보기 좋은 떡이 항상 맛있는 건 아니지만 손이 가는 건 확실히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