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난 주 내내 간절히 바라던 밀크티를 커다란 머그잔 가득 채워서 느긋하게 마감 중~
속도 내기 전에 그냥 주말에 마신 홍차 포스팅이나 잠깐 들어왔음.
주말의 홍차는 중국에서 건너온 홍라(紅螺)와 마리아쥬 프레레의 사쿠라
홍라는 예전에 잠깐 포스팅한 적 있는 홍탑을 샀을 때 샘플로 딸려온 친구이다.
생긴 모양이 마치 소라와 같다고 하여 소라 라(螺)를 이름에 썼다는데 정말 찻잎이 도르르 말린 모양이 희한하다. 본제품인 홍탑의 만만찮은 가격과 중국의 엄청 싼 인건비를 볼 때 옛날처럼 사람들이 손으로 말아서 말린게 아닌가 싶다.
홍탑의 첫 시도 실패 이후 재시도를 못해서 정확한 평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홍라를 맛본 감상은... 본편보다 부록이 더 좋다.
중국 홍차이고 또 찻잎의 향이 달큼하거나 한 느낌이 없어서 브런치에 곁들였는데 오오!!!! 굿~~~~~~
첫 느낌이 뭐라고 할까... 아주 신선하고 질 좋은 다즐링을 마시는 느낌. 이 홍차의 정체를 모르고 누가 그냥 내놨다면 정말 맛있는 다즐링이라고 칭찬했을 것 같다.
차를 따르는 순간 퍼지는 강렬한 향은 없지만 잔을 들어 머금었을 때 입안 가득 신선한 머스캣향과 은은한 풀향이 감돈다.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의 맛을 한입한입 씻어주면서 먹기엔 너무나 딱이었음. 기름진 음식과 어울리는 홍차인 것 같다.
브런치에 곁들였기 때문에 거의 사발 수준인 위타드의 티포원을 꺼냈는데 이 티포원에 차를 우리면 양이 많아서 막잔 반 정도는 꼭 남기게 된다. 그런데 다 마셨음. 연한 오렌지에서 짙은 다홍빛으로 새 잔을 채울 때마다 천천히 짙어지는 홍차의 빛깔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오래 우려도 쓴맛이 거의 나지 않아서 느긋하게 식사와 곁들여 마시기에도 좋다.
차를 천천히 마시는 내게는 오래 우려도 쓰지 않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 판매자의 메일을 찾아서 이 홍차만 따로 구입할 수 없는지 나중에 좀 알아봐야겠다. 샘플이라 두어번 마시면 끝난다는 게 참 아쉬움.
사쿠라는 2월에 일본 가서 사온 녹차.
전에도 얘기했듯 꽃향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통과했는데 동생이 집어서 한국으로 업어온 녹차이다. 저번에 친구들이 왔을 때 뜯으려고 했지만 그날은 공예차와 용정차 마시는 과정에서 다들 KO가 되어버려서 개봉을 못했는데 어제 문득 생각이 나서 끓여봤다.
이름이 벚꽃이니... 벚꽃 구경은 안 가더라도 집에서 차로 대리 만족을 하자는 의미에서. ^^
이건 마침 사진기가 나와 있어서 한번 찍어봤다.
사쿠라 틴이 너무 예뻐서. 틴과 유리포트의 거름망 안에 든 홍차잎. 체리향이 장난이 아니다.
사쿠라는 매년 봄시즌에 한정 발매된다고 한다.
우리는 중간에 또 한 장.
이 포트는 본래 공예차를 위해 구입한 건데 높이가 낮아서 허브티와 이런 퓨전 녹차(?) 용으로 애용하고 있다.
체리향이 장난이 아니다. 과연 이게 녹차랑 어울릴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카운터 위에서 한장.
분명 녹차지만 이렇게 뭔가 섞인 애들은 녹차같지 않아서 홍차잔을 사용해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찻잔 중 하나. 모로칸 민트를 마실 때 애용하는 잔인데 사쿠라도 담아줬음~
처음 마시는 차라서 일단 조금만 우려서 맛을 봤다.
달콤한 향이 맛에도 강하게 배어들어 있다. 분명 녹차긴 한데... 약간 단맛이 가미된 느낌이랄까??? 그래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은 것과 터뜨린 사진 비교.
이렇게 담아서 다 마셨다.
부친은 너무 향이 강해서 별로라고 하셨지만 난 꽃을 마시는 느낌이 살짝 들고 나름 괜찮았다.
특별한 시즌에 기분을 내기 좋은 차라는 느낌. 그러나 클래식한 녹차를 좋아하거나 강한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긴 조금 조심스럽긴 하겠다. 취향을 좀 많이 탈 녹차이긴 하지만 기분내긴 딱~ ^^ 봄이 가기 전에 많이 마셔야겠다.
얘의 좋은 점 하나 더. 사쿠라도 장시간 우리는 것에 민감하지 않다. 복구된 파일 정리하면서 마셨는데 마지막 잔도 쓰지 않았다. 꽃향을 가미한 가향차의 치명적인 점이 식으면 죽음의 맛으로 바뀐다는 것인데 얘는 차게 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식은 뒤의 풍미도 괜찮았다. 여름까지 남으면 꽃잎을 띄운 아이스티로도 한번 시도를 해봐야겠다. 차 자체가 살짝 달큼해서 시럽을 첨가할 필요도 없을듯.
으악!!! 너무 놀았다. 이제 마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