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디에 분류를 해서 넣을까 잠시 고민을 했다. 원제가 The Tasha Tudor Cookbook 이니 분명 요리책. 실용서에 속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분류하기는 좀 고민이 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구입한 인터넷의 또 다른 분류대로 에세이로 보기로 했다.
일단, 이 책만을 놓고 음식을 만들고 싶다면 당신이 미국식 가정요리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와 도구가 있고 또 어느 정도 공력을 가진 주부거나 요리에 경험과 취미가 있어야 한다.
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엄마가 일찍부터 베이킹을 취미로 하셨고 나도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우리집에는 베이킹 도구와 다량의 허브, 향신료 등이 구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이건 충분히 따라할 수 있겠군이라는 가늠이 되는 게 30% 정도. 또 이건 진짜로 쉽다, 꼭 해봐야겠다고 좋아했던 게 30% 정도다. 나머지 40%는 설명만으로는 그 생략된 과정이 상상이 되지 않아서 포기.
중학생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진짜로 간단한 음식들도 있긴 하다. 한국아이들이 라면을 끓여먹듯 미국아이들이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 짐작되는 간단한 레시피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상당수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미국의 가정요리로 자세한 과정 설명이나 사진이 없기 때문에 글만 읽고 따라하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요리책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순수하게 실용적으로 본다면 좀 부실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요리와 얽힌 타샤 투더라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정말 예쁘고 따뜻한 그림들을 함께 보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미국식 따뜻한 가정요리에 끌려 이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팁.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일부 샐러드를 제외하고 피함이 현명하다. 거의 모든 음식에 엄청난 양의 버터가 빠지지 않고, 최근 인류의 공적으로 취급받는 쇼트닝이 시시때때로 등장하신다. 이 엄청난 지방과 칼로리를 소모하는 육체활동을 했던 과거의 미국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대의 미국인들이 비만과의 전쟁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여기 나온 토마토 샐러드나 비스킷 등 꼭 따라해볼 것들은 조만간 다 시도를 해봐야겠다. 특히 낸시의 따뜻한 치즈빵은 밤에 읽으면서 군침이 돌아 돌아가시는 줄 알았음. -ㅠ- 너무나 맛있을 것 같은데 거기에 들어갈 엄청난 기름를 보면서 몸서리를 친 음식들이 몇가지 있었다는 걸 고백한다.
예쁘게 공들여서 잘 만든 책이긴 한데... 요즘 천정부지로 올라기는 책값에 한숨을 푹푹.
책/기타
타샤의 식탁 - 시간을 담은 따뜻한 요리
타샤 튜더 | 윌북 | 2008.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