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찜바구니에서 뒹굴거리던 책인데 할인쿠폰 이벤트에 낚여서 결국 타샤의 식탁과 함께 질렀다. 단단한 하드커버 장정에 안을 가득 채운 정말로 예쁜 꽃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건 틀림없지만 이 시리즈의 책값이 좀 비싸다는 생각은 여전히 떨칠 수 없음. -_-;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자신에게 전혀 없는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았던 정원 가꾸기에 대한 열망을 마구 샘솟게 하는 사진과 글이다.
꽃집에서 만나는 별다른 특징도 향기도 없는 꽃이나 거리 조경을 위해 잠깐 늘어섰다가 사라지는 팬지 -내가 어릴 때는 페튜니아였다. 미관을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 반드시 그 꽃을 키우라고 배급까지 줬었다. --; - 나 양배추 비슷한 식물들만 감흥없이 지켜봤는데 한폭의 풍경화고 또 정물이 되는 색색가지 꽃들의 향연은 그 자체가 눈요기거리다. 타샤가 좋아한다는 그 풍성한 꽃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글자가 많고 두꺼운 책은 부담 가서 싫고 가볍게 훌훌 넘어가는, 그러면서도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런 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이다. 책읽는 속도가 아주 느리지 않는 이상 2시간이면 충분한 내용. 알맹이의 실용성이나 양을 따지는 사람들에겐 좀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계절별로 바뀌는 정원의 모습과 꽃들의 사진이 그 모든 불만을 잊게 한다.
내용과 상관없이 내 개인적인 불만은 번역. 이 책의 번역자는 나름 인정을 받고 있고 또 번역의 안정성에 대해서 안심을 할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번 번역은 뭔가 아주 미묘하게 문맥이랄까... 뭔가 맞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다. 교정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단문인데 이렇게 거슬려보기는 좀 오랜만인듯.
원제는 Tasha Tudor's Garden 로 1994년에 나온 책이니 10년 이상 더 보살핌을 받은 타샤의 정원은 더 넓어지고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져 있겠지. 이 책을 파는 이벤트 말미에 타샤의 정원을 찾아가보는 엄청나게 비싼 패키지 상품을 보면서 '저 가격에 저길 가냐?' 고 코웃음을 쳤는데 책을 읽고 나니 비싸더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미국이 좀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기미가 보일 때 꼭 한번 가봐야지.
여하튼 이 책 덕분에 백만년만에 내 화분들 앞에 앉아서 거의 밀림 수준으로 뒤엉킨 내 라벤더와 로즈마리의 죽은 가지들을 잘라내줬다. ㅎㅎ 이 빈약한 농사에 스피아민트와 바질을 좀 더해볼까 고민중. 그러면 타샤의 식탁에 나온 요리들을 따라하기 좀 더 수월해지겠지?
근데 타샤에게 진짜 묻고 싶은 질문. "진딧물은 어떻게 없애셨나요?"
내가 민트와 바질 농사(?)를 포기한 건 그 지긋지긋한 진딧물들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잡아도잡아도 끝도 없다. 장미에도 진딧물이 엄청 들어붙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걔네들을 퇴치했을까?
책/기타
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토바 마틴 | 윌북 | 2008.1.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