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 : Pseudoscience, Superstition, And Other Confussions Of Our Time로 1997년에 나온, 좀 된 책이다. 내 독서가 고전이 주류를 이룬 소설을 처음 벗어나던 고등학교 때는 나온지 10년 안팎의 책들은 엄청 가깝게 느껴지고 황송했는데 1-2년 차이를 두고 번역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하게 된다. 책이 나왔을 때 바로 샀는데 작년에 시작했다가 조금 지겨워져서 덮어뒀다가 오늘 끝을 냈다.
제목을 통해 저자가 묻는 질문에 나 스스로 답을 하자면... 첫째 믿을만하게 보이니까. 사기 잘 치는 인간 치고 사기꾼으로 보이는 인간이 없다는 진리를 첨언해야겠다. 둘째로 인간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니까. 여기에 대한 예제는... 모두가 바람둥이라고 아무리 충고하고 증거 99가지가 있어도 아닐 거라는 단 하나의 증거로 99개의 증거를 모두 무시하는 사랑에 빠진 불쌍한 여인네 -혹은 남정네- 들을 보면 될 것이다. 세번째는 내게 이득이 되니까. 여기엔 어떤 논리도 증거도 소용이 없고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많다. 이 예는 이 이상한 것들을 유포하고 견고화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과 우리나리에서는 정치권. 특히 돌뎅이 추종 세력들. 끝까지 약이 없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그 이상한 것이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될 경우에는 가차없이 폐기하는 깔끔함(?)이 있다.
많은 비판자와 지지자들을 동시에 가진 뉴에지와 같은 초현실 내지 정신세계, 다양한 형태의 사이비 과학과 창조론, 홀로코스트 등등에 대해 스켑틱이라는 사이비 과학 비판 잡지의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가 직접 논쟁하고 반증하는 내용들을 묶어놨다.
책 소개며 저자 프로필들을 보면서 굉장히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아주 몰입할 정도로 재밌지는 않다. 그리고 과학의 전사를 자처하는 이 저자의 이론이나 논리에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몇개는 있었다. 나 역시 매사에 까칠하고 의심많은, 타고난 회의주의자라고 자부하긴 하지만 비현실과 비과학적인 상황에 대해 관용적인 동양의 딸인 탓이려니 하고 있음. ^^ 아무래도 인간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문화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거니까.
이 책의 한 챕터는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과의 대결이 있는데,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의 거물 중 하나인 어빙의 논리를 보면서 '내가경원' 대변인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논리의 순서대로 반박을 하고 계신지. 그 과정을 순서대로 지켜보고 대표적인 어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홀로코스트 부분을 보면서 배를 잡을듯. 나-고-홍을 떠올리며 대입해 보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의도대로 이미 거의 잊혀진 사건이 되어있고 또 정해진 각본대로 종결될 흘러갈 예정인 그 바베큐 사건의 부정론자들에게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 하나를 선물하고 싶다.
이 가운데에서 한 가지 증거만 따로 떼어 내면 가스실과 소각로가 집단 학살에 사용되었음을 증명하지 못한다. 이 증겨들이 수렴됨으로써 집단 학살이라는 결론으로 확실하게 귀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캡틱이 홀로코스트처럼 바베큐를 검증한다면 어떤 결론을 내릴까? 불현듯 궁금. 이런 소리 쓴다고 잡혀 가진 않겠지? ㅋㅋ
이 책의 마지막에 마이클 셔머가 얘기한 것처럼 믿을 필요는 없다. 다만 무엇이 진리이고 진실인지 생각은 계속 해야할 것이다.
책/과학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 바다출판사 | 2007. 12?~2008.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