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2. 런던 -8. 리츠호텔 애프터눈 티, 레이세스터 주변, 테이트 브리튼, 뮤지컬 메리 포핀스
by choco2008. 1. 27.
오늘 드디어 한국어 방송용 더빙 대본을 털었다. 철인 3종 경기를 드디어 마친 것 같은 기분.. -_-; 다음 일들이 기다리긴 하지만 대체로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될 테니까 그때까지는 이렇게 열심히 노는 중~ 다음주에 매일 노는 약속이 잡혀 있다. ㅎㅎ
책은 어제 밤부터 장장 900쪽이 넘는 두꺼운 목침을 하나 시작했기 때문에 쉬엄쉬엄 중간에 가벼운 걸 읽어주지 않는 한 2-3일은 걸릴 것 같고... 런던을 떠나기 전 날을 좀 끝내볼까 하고 앉았다.
이날은 그 유명한 리츠에서 애프터눈 티를~ 그런데 말이 애프터눈 티지 정작 오후 타임은 모두 예약이 끝나서 (한달 정도 전임에도.) 오전 11시 반 타임을 예약했다. 여긴 시간제한 부페처럼 1시간 반으로 타임을 딱딱 끊어서 예약을 회전시키는 시스템이다. 돈은 제일 비싸면서... -_-; 장사 잘 된다 이거지 뭐.
예약을 확인하고 옷 맡기는 곳에 코트를 맡기고 오면 모닝코트를 차려 입은 영국영화의 집사같은 근엄한 노인네가 이렇게 자리로 안내를 해준다. 본차이나와 은식기들이 이렇게 세팅이 되어 있다. 밀크저그랑 스트래이너 너무 예쁘다. 정말 훔쳐오고 싶었음. 리츠 내부에선 사진 촬영은 안된다고 딱 못박아져 있기는 한데 리츠에서 차마시는게 영국 사람들에게도 나름 굉장한 이벤트인지 다들 찍는 분위기. 자리 안내를 해주는 그 대장격인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다른 서빙하는 사람들도 씩 웃으면서 가버리더라. 소심하게 카메라 가방에 넣어뒀는데 옆자리 아줌마들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카메라까지 내미는 통에 나도 슬그머니... ^^;
이렇게 3단 플레이트가 나온다. 버클리처럼 뭔가 얇상하고 팬시한 느낌은 없지만 이 묵직한 은제 티포트며 클래식한 샌드위치나 디저트의 분위기는 이쪽이 더 좋은 것 같다. 내 취향은 리츠라고 결론을 내렸음. ^^ 무한리필이라는 소리는 안 하지만 큰 샌드위치 쟁반을 들고 다니면서 다 떨어진 자리에 채워주더라. 배가 불러서 사양했다. 자리 세팅에 약간 에러가 있었는지 세사람인데 스트래이너는 2개만 있어서 추가로 부탁해 세팅을 했고 난 다즐링을 시켰다. 버클리도 그렇고 여기도 차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듯. 기본적인 클래식 티와 가향차 몇 종류를 합쳐서 10가지가 안 된다. 주문 받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내 주문을 다시 확인하더니 좋은 선택이라고 칭찬해줬다. 칭찬은 즐거워~ ㅋㅋ
명성 자자한 리츠의 클로티드 크림. 역시 소문대로 환상의 맛이었다. ㅠ.ㅠ 사진을 보니 다시 침이 고인다.
샌드위치를 대충 먹을 무렵 갓 구워 갖다 준 따끈따끈한 스콘~ 다른 스콘보다 좀 쫀득하다고 해야하나? 퍼슬퍼슬한 스콘 특유의 식감이 적어서 처음엔 좀 뜨아~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착착 감기는 게 또 이런 맛도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스콘도 더 갖다준다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사양할 때 눈물이 났음. 차를 덜 마셨어야 했는데... 한 주전자 다 마시고 차 더 줄까? 하고 묻는데 신나서 Yes Please라고 한 것이 패착이었다. 뱃속에 물이 두 주전자가 들어갔는데 아무리 맛있어도 집어넣을 재간이 있나. -_-; 참 리츠의 차 리필에 좋은 점! 버클리도 그랬고 다른 티룸에선 보통 뜨거운 물을 더 부어주는 걸로 차 리필을 해주는데 얘네는 티포트를 갖고 가서 다시 차를 새로 세팅해서 갖다준다. 이 돈을 받고 그 정도는 당연하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괜히 만족스러웠다.
화장실도 정말 에뻐서 사진 찍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패스. 영국과 유럽 대륙의 가장 다른 점은 아무리 후지고 오래된 건물에 가도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는 거다. 반대로 유럽은 유명한 백화점이나 호텔을 제외하곤 화장실 가기가 늘 두렵다. 벨기에 특히 최악. -_-;
나와서 찍은 리츠 건물 외경. 언제 또 와볼 날이 있으려나...
버킹엄 궁전 앞이라도 구경하고 싶다는 동생을 위해 리츠 바로 옆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로질러 버킹엄 궁전으로~ 그 사진들은 인물이 섞여 있어서 통과. ^^ 궁전 앞에서 사진 몇장 찍고 뮤지컬 표를 사러 레이세스터로 갔다. 본래는 메리 포핀스를 하는 극장에 가서 사려고 했지만 우연히 할인표를 파는 곳을 발견하고 거기서 좋은 자리를 반값에 구입했다.
여기 2번 출구로 올라가면 상설 할인표를 파는 곳이 있다.
어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 사전 답사~ 메리 포핀스를 하는 극장 바로 아래에 있는 또 다른 뮤지컬 극장. 익살스런 간판과 고풍스런 극장 건물의 언밸런스가 재밌었음.
극장 위치를 확인하고 밀레이와 터너를 보기 위해서 테이트 브리튼 뮤지엄으로~
이날도 비가 왔다 갔다 오락가락. 테이트 브리튼이 찾기 어렵다는 악명이 높아서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순조롭게 잘 찾았다. 이정표가 너무 뜨문뜨문 있다는 게 악명을 불러온 원인이 아닐까 싶음. 내부는 촬영 금지라서 사진이 없고 외부만. 밀레이의 오필리아나 그 유명한 스캔들의 주인공인 그의 아내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밀레이 특별전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그의 작품들을 모조리 묶어서 한 방에 몰아넣고 10파운드 (2만원 정도)를 따로 내야만 한다고 한다. -_-; 본래 그 가격이었담ㄴ 그러려니 하고 보겠는데 평소 공짜로 볼 수 있는 걸 돈을 따로 내라니 괜히 심사가 뒤틀려서 패스.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터너와 다른 화가들의 그림으로 실컷 눈요기~ 터너를 시대순으로 다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눈이 충분히 호강한 오후였다.
저녁 먹으러 인도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애완용품 가게의 포메라니언. 우리 뽀삐 1세처럼 성깔이 있으신지 문 닫은 가게 쇼윈도에 매달린 여자들에게 '빨리 사라져'라고 앙칼지게 경고중. ㅋㅋ 뽀삐에게 꼭 사주고 싶은 (=내가 갖고 싶음) 찻잔 모양의 대형 방석이 세일을 하고 있어서 사오고 싶었는데 6시에 문을 닫아 버렸다. ㅠ.ㅠ 뮤지컬 표를 사놓지 않았다면 문을 두드려 주인을 다시 불러내서라도 사오고 싶었는데 비도 오고 또 뮤지컬 시간도 가까워져서 포기. 지금도 아쉽고 눈에 아른아른. 50% 세일이라 가격도 괜찮고 색깔도 핑크색이라 우리 뽀삐한테 딱인데... ㅠ.ㅠ
영국에서 마지막날 봤던 메리 포핀스~ 올 1월 달에 영국에서도 막을 내린다니까 이미 끝났거나 이제 진짜 며칠 남지 않았겠지. 어릴 때 영화로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는데 뮤지컬로 보니 또 감회가 새롭다. 애들용일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정말 스펙타클한 뮤지컬이었음. 앞자리에 어린 암컷 몬스터 두마리와 애들을 완전 포기한 엄마, 손녀들은 무조건 예쁜 할머니가 앉은 사람에 열받아 죽을뻔 했음. -_-; 예전에 런던행 아랍 애미래이트 옆자리에 앉은 영국애들을 봐도 그렇고 얘네들을 봐도 그렇고... 영국 애들의 공공장소에서 가정교육상태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이렇게 영국에서 일정은 끝~ 아침 일찍 유로스타를 타고 브뤼셀로 떠나기로 한 터라 열심히 짐 싸고 일찌감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