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양이 광클질을 끝낸 뒤 자리가 좋지 않다고 징징거려서 내심 걱정했는데 내가 직접 나섰어도 더 나은 자리를 잡기 힘들었을 정도로 선수들의 출입구 바로 근처의 이상적인 자리였음.
불평할 게 엄청 많긴 하지만 지금 킹크랩에 와인 한병을 치워주신 알딸딸한 상태라 그거 쓰다가 기운이 떨어질까봐 뒤로 미루고 간략 감상.
1부의 오프닝 댄스는.... 불평을 미루려고 했는데.... -_-;;; 그 많은 인원을 늦게 입장시킨데다 좌석 안내 요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원 배치조차 생략한 주최측의 삘젓 때문에 자리 찾고 헤매느라 제대로 못봤다. ㅠ.ㅠ 정말 이런 행사를 치르는데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없는 주최측이었다.
자리 찾기 포기하고 1부는 대충 빈 자리에 앉아서 봤는데 제일 처음은 이동훈 선수.
이 친구는 누나가 지켜보고 있다가 아니라 이모가 지켜보고 있다.라는게 슬프긴 하지만.... 정말 귀엽다. ^^ 관중의 시선을 끄는 능력이며 스케이팅 스킬이 좋다는 건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속도도 많이 붙었고 한국 남자 스케이터에게 가장 부족한 그 뻔뻔함이랄까, 쇼맨쉽도 서서히 갖춰나가는 느낌. 올 시즌에 트리플 5종 중에 4개 정도의 컨시스턴시를 높이고 내년에 컴비네이션이 제대로 된다면 주니어에서 한판 붙어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슝슝. 다치지 말고 트리플 액셀과 쿼드까지 안전하게 장착해주길~
신예지 선수.
자신이 직접 안무한 작품이라는데 끼가 있는 아가씨인듯.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의 그 탄탄하고 팡 터지는 스파이럴에 단단한 스케이팅을 보여주고 있다. 트리플을 한종류만이라도 더 안정되게 뛰어준다면 진짜 좋을 텐데... 그래도 뛸 수 있는 점프들의 컨시스턴시는 좋으니까 올해는 작년의 부진을 떨치고 유니버시아드에서 꼭 입상해주고 또 사대륙에도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좋겠다.
레이첼 커클랜드& 에릭 레드포드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 같은 선수들이니... 아직 아쉬운 점들은 많지만 부상당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아지겠지. 그래도 반짝반짝하는 부분이 보여서 기대가 되긴 한다. 미끈매끈하니 괜찮은 스케이팅을 해도 그 반짝거림이 없으면 솔직히 영....
윤예지
현재 주니어중에서는 곽민정 선수와 함게 제일 기대하고 있는 아가씨. 둘 다 스타일이 아주 많이 다른데...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선수 쪽이 심판들이 더 선호할 스타일이라 포스트 연아 군단 중에서는 좀 더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의 멘토가 김연아라 그런지 그 나이 때 연아양과 비슷한 분위기의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14살 때 연아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제대로 즐기고 교감하면서 스케이팅을 한다는 점에서는 탁월. 솔직히 연아양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거지 기술적인 부분도 그 나이 또래 중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놓고 봐도 많이 모자라지 않고 또 성격도 다부진 것 같아서 두근거리면서 지켜보고 있는데 관중이 꽉 찬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자기 스케이팅을 제대로 해내는 걸 보면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일을 좀 내주지 않을까 기대.
사라 마이어
음악도 너무 좋고 분위기도 너무 좋고 또 너무 예쁘다. ㅠ.ㅠ 정말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예쁘게 태어날 수 있는 건지. 스핀하는데 그림자도 예쁘다는 말이 뭔지 실감이 났음. 워낙에 동작 하나하나가 그림이 되다보니 플래쉬 빵빵 터뜨려대는 무개념들 때문에 내가 괜히 부글부글. 핸드폰 전파 차단하는 것처럼 공연장에서 플래쉬 차단하는 장치도 정말 필요하다. 누가 만들겠다면 투자할 용의 있음. 펀드 조성도 가능하다. -_-+++
오다 노부나리
음주운전으로 기대하던 작년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린 바람에 무지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 공연을 보니 놀지 않고 열심히 연습한 것 같아서 안도. 이런 갈라쇼에서도 3-3이며 트리플들을 내내 작렬해주신 덕분에 정말 컴패티션에 있는 기분이었다.
모로조프와 궁합을 잘 맞춰서 올 시즌에 심기일전하길. 다만.... 의상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신은 모로조프에게 안무에 재능을 준 대신이 패션 감각은 모조리 걷어가셨음이 틀림없다.
단 장& 하오 장
많이 세련되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농사 짓다 나온 것 같은 하오 장 오라버니... ^^; 그래도 중국스럽지 않은 음악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후덜덜한 기술이나 싱크로는 커클랜드&레드포드와 확실히 비교됨. 화면에서 볼 때는 참 별로였는데 실제로 보니 나름 매력도 있다. 7월에는 팡&통이 온다던데 쉔&자오도 오면 안 되나.
패트릭 챈
굉장히 이입이 잘 되는 예스터데이를 선택해서 멋진 스케이팅을 보여주긴 했는데 뭐랄까... 아직은 2% 부족한? 관중을 장악하는 능력이나 시선을 빨아들여 집중시키는 그 카리스마는 좀 부족. 그래도 만 18세도 안 된 소년이니 앞으로 노력하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되겠지. 싱싱한 스케이팅이었다.
이렇게 1부를 엄청 썰렁한 분위기의 아줌마들이 앉은 곳이라 제대로 샤우팅도 못하던 (ㄹ님은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를, 소심한 ㄱ양은 구구구 비둘기 소리 정도만 내면서) 우리는 본래 예매했던 우리 자리를 찾아서 고고~ 입구 중 하나에서 모처럼 만난 진행요원에게 자리를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댄다. -_-;;; 길게 얘기하면 욕만 나올테니 이쯤에서 생략하고 어찌어찌 우리 자리를 찾아 1부 때 차지하고 있던 가족을 쫓아내고 앉았음.
그리고 2부는 원없이 목이 아프도록 샤우팅.
2부 오프닝을 여는 그룹 댄스에서는 연아양과 조니 웨어의 페어를 가장한 커플 댄스로 우리 모두의 정신줄이 잠시 느슨해졌다가 돌아오고.
첫 순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카하시 다이스케의 힙합 백조.
긴 말 필요없다. @0@// ㅠ.ㅠ 로 요약. 이건 피겨 역사에 남을 레전드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남은 시즌동안에 이것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받지 않는다면 올림픽 때 이걸 써도 좋지 않을까 싶음. 모로조프는 정말 천재다. 그 휘날리던 시커먼 닭털로 짐작되는 깃털들조차도 멋지게 보였음. ㅎㅎ
테사 버추& 스코트 모이어
내가 발레를 좋아하는 걸 어찌 알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맞춰 발레 스튜디오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을 올려줬음. 베자르의 모짜르티아나던가?를 연상시키는 정말 사랑스런 작품이었다. 아직은 좀 덜 다듬어진 면이 있고 또 기술에 더 집중하는 커플이지만 아이스댄스의 전성기는 20대 중후반이라는 걸 감안할 때 정말 미래에 어떤 걸작들을 탄생시킬지 기대하게 해주는 커플이다. 앵콜도 좋았음.
조니 웨어.
연아양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실 난 사실 다카하시와 조니 때문에 여기에 갔다. ㅎㅎ; 아베마리아를 해주면 소원이 없겠다는 기도를 하던 터라 필링 굿에 아주 약간 실망할 뻔도 했지만 조니가 하는데 뭔들 다 안 멋있으랴. (2006 시즌 프로그램은 제외. 그 해는 의상부터 안무까지 완전 총체적인 재난이었음. -_-) 역시 긴 말 필요없다. 음악이 잘 못 나와서 두번이나 중단되는, 평소라면 속으로 쌍시옷을 가득 채울 해프닝마저도 조니를 조금 더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용서. 정말 조니를 보면 피겨는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처럼 보인다.
가만히 있어도 천사인데 아베마리아를 앵콜로 해주는 바람에 다음 올림픽 때는 조니를 밀기로 했다. (제냐 미안.)
아라카와 시즈카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그녀의 금메달을 놓고 어부지리니 어쩌니 하는 소리도 나오던데... 실제 무대를 보니 역시 금메달리스트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차분하고 카리스마 넘치면서 유연성까지 후덜덜한 스케이팅을 보여주심. 아마추어 은퇴를 했는데도 몸관리며 연습을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점프의 안정도는 삽질하던 시즌보다 오히려 더 좋은듯. 그 전설의 이나바우어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갈라 프로그램이긴 한데... 내 취향에는 좀 그냥저냥. 좀 더 페어답게 착착 달라붙는 아크로바틱한 걸 기대한 이유가 클 것이다. 내 취향적인 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
김연아
온리 호프를 봤음. 역시 연아양이다. 그냥 이 정도로 요약. 올 시즌에는 절대 다치지 말고 심판들의 장난질이 아예 통하지 않는 스케이팅을 보여주길. 누구는 실수를 대박으로 해도 덮어주는 국가빨과 대륙빨을 가졌지만 아무 것도 없는 연아양은 자기 힘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참 미안하고 이런 큰 아이쇼에 한국 선수가 당연하게 메인이 될 수 있는 걸 볼 수 있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하다.
그렇지만 연아양을 한국에 줬다는 이유로 이메가를 얹어주신 건 심각한 계산 착오라고 하느님께 항의하고 싶음. MB를 걷어가시던가 연아양을 남자싱글, 페어, 아이스댄싱 각 종목별로 2명씩 내려주신다면 항의를 접을 걸 '검토'해볼 수도...
피날레도 재작년 수퍼매치보다 좀 약하다는 느낌. 아무래도 같은 의상을 입고 움직일 때의 집중도와 의상 통일이 안 됐을 때가 또 다른 모양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 했고 관객들의 분위기도 좋은 공연이었지만 돈 아끼려는 티가 너무 팍팍 난 주최측은 정신 좀 차리길. 언제까지 김연아 하나를 뜯어먹고 살 생각인지. 연아양의 은퇴 이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것 같아 두렵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6월6일에 발레스타 페스티벌 보고 7월에 있을 수퍼매치를 기다려야겠다. 랑비, 제냐, 로샤를 한 무대에서 보다니. ㅠ.ㅠ 한국에 살아서 정말 다행이야. (이메가만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