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愛の中國文明史 로 1997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장징은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 교수로 중국 문화를 굉장히 읽기 쉽고 맛있게 요리해서 선보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그 대상이 일본독자들이기 때문에 글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와 중국 문화의 비교가 이뤄지는 것도 그의 글쓰기의 특징이다.
책 전체에 대한 느낌이 너무 길어졌는데 내용은 중국인의 연애와 결혼을 시대순으로 또 테마별로 소개한 거라고 보면 된다. 사서와 같은 공식적인 기록, 어떤 기록보다도 더 그 시대와 사회를 보여주는 문학과 야사 등을 폭넓게 활용해서 중국인들의 결혼과 연애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이 내용 자체들도 소소하니 재미있지만 가장 인상 깊은 건 저자의 역사관이랄까 민족관이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해외 독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성향 자체가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극렬한 국수주의자나 민족주의자, 혹은 중화주의자가 본다면 매국노라고 펄펄 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면이 강하다.
일본의 만세일계, 우리의 단일민족 신화 만큼이나 단단하고 절대불가침인 중국의 한족 신화와 중화주의를 그는 주변민족과 부단한 수혈과 교류를 통해 계속 변화하고 영향력을 교환한 것으로 규정짓는다. 그가 붙인 부제대로 중국은 잡종문화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록이나 사료를 통해 자국의 오류를 짚어내는 걸 보면 역사를 쓰는 사람은 때론 자기 문화 밖에서 조국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게 필수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 중국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그의 논리 전개를 보면서 우리도 좀 더 우리 역사를 유연하게 바라보고 재점검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요즘 그 쌍라이트인지 뉴라이타인지 하는 요상한 단체들의 민족 부정의 논리는 열외로. 아무리 열린 마음을 갖고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려고 해도 숨 넘어가기 직전인 나라를 일본님께서 접수해주셔서 근대화가 시작됐고 일본이 물러가고 다시 망하게 생긴 걸 미국님이 살려주셨다는 논리는 내 협소하고 무식한 논리로는 접수가 불가능이라. 수준 안 맞는 한국민들과 부대끼지 말고 마음의 조국 일본이나 미국으로 다들 떠나주시면 안 되나.
책/인문(국외)
사랑의 중국 문명사 - 잡종문화 중국 읽기
장징 | 이학사 | 2008.5.말경-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