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5. 11. 23(?)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거나 마감이 몰릴 때 현실 도피를 위한 심리인지 로설이 엄청나게 땡긴다. 독서 같은 한가한 짓(?)을 해줄 상황이 전혀 아니건만 근래 들어 오랜만에 엄청 읽고 있는 한주간이다. 이 책도 그중 하나.
데뷔작인 없을 무가 전형적이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재미를 줬기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를 갖고 잡았다. 이번에는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재미가 있다. 한두군데를 제외하고는 흔하게 발견되는 오류 (여름이었다 겨울이었거나 하는 식의. -_-;;;) 도 없고 오타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이 출판사로선 거의 기적같다고 생각됨) 그런 면에서 이 작가의 책은 꾸준히 읽을 것 같다.
전작도 그렇고 이 책도 독자를 짜릿하게 하거나 흥분시키는 그런 묘미는 없다. 감정선을 마구 자극해 쥐락펴락하지도 또 엄청난 사건으로 조마조마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아주 냉정하게 얘기해서 두 작품 다 전형적인 로설 공식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호응을 받기는 힘들다.
감별사는 올해 유행이었던 아주 가볍고 톡톡 튀는 엽기도, 또 일단은 독자를 무조건 몰입하게 만드는 일편단심에 카리스마 만빵인 남주도 없다. 천천히 은근하게 있을법한 사랑을 만드는 평범보다 조금 많이 괜찮은 남녀가 있다. 그렇지만 있을법하다는 공감이 가고 적당히 치고 받는 대사발과 표현들이 책장을 즐겁게 넘기도록 한다.
대다수 로설팬들을 열광시키기 보다는 이런 류의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재밌으면 물론 취향의 문제겠지만 모두 용서한다는 팬들에게는 충분히 먹힐듯.
대사발을 볼 때 개인적으로 이 작가는 로설보다는 시나리오쪽에 뜻을 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대사발을 좀 더 살려서 발랄하게 구성하면 괜찮은 베스트극장용... 조금 더 주변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강화하면 미니 시리즈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공모는 제외. 공모용 스토리는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