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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추억이 방울방울

by choco 2008. 10. 18.

두 아이의 엄마인 사촌과 통화하다가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끄적끄적.

애들은 너무 잘 먹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죽겠다로 요약되는 기나긴 수다를 줄줄이 옮겨보자면 이제 돌을 넘긴 둘째와 유치원에 들어간 첫째는 둘 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소리가 "밥, 물"이라고 한다.  ㅎㅎ  밥 배와 간식 배가 철저하게 따로 있어서 세끼는 무조건 밥이고 빵이나 국수는 아무리 많아 먹어도 간식으로 취급을 해서 진짜 밥 해먹이느라 죽겠다는 하소연이 줄줄. 

큰 조카의 경우는 많이 먹는 건 기본인데다 사내놈이 또 폼을 엄청 따져서 과자 하나를 먹어도 예쁜 접시에 담아서 바쳐야지 그냥 주면 무지 싫어한다고 한다.  유치원에 도시락 싸가는 날이 있다고 해서 내가 도시락 요리책을 선물해 줬는데 그거랑 똑같이 해달라고 할까봐 감춰놓고 애가 유치원 가고 없을 때랑 잘 때 몰래몰래 보면서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함께 폭소. 

몸에도 안 좋고 또 사먹이면 비싸서 하드 같은 걸 거의 안 사주는데 어쩌다 한번 사주면 애들이 감동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먹는다고 하는 얘기 들으면서는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과일 같은 거 보면 한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기 때문에 감춰놓고 배급준다는 부분에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옛날에 우리도 엄마가 귤 한박스를 사오면 거짓말 안 하고 보통 하루 반만에 다 먹었다. 큰 귤은 더 빨리 먹으니까 작은 귤을 사다놔도 이틀 정도면 끝.  다른 과일들도 잘 먹었지만 귤은 특히 먹기가 쉬워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는 엄마가 특단의 조치로 날마다 먹을 분량을 봉지로 사와서 갯수를 세서 배급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먹었나 싶은데...  아마 그때 엄마도 이모들하고 통화할 때 같은 하소연을 하지 않았을까.  ㅎㅎ

그러고 보니 하드 때문에도 진짜 엄청 많이 싸웠다.  수퍼마켓에서 하드를 사면 백원짜리에서 10원이 빠져서 한개 90원. 보통 천원을 갖고 가서 돈대로 사오면 딱 11개가 된다.   그 나머지 한개를 누가 먹느냐를 두고 싸우다가 진짜 많이 혼났었는데.  역시나 지금 생각하면 그 하나 덜 먹는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구만 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다음 달에 좀 한가한 날 잡아서 트리 장식용 진저맨 쿠키를 잔뜩 구워서 조카들한테 보내줘야겠다..... 고 결심은 하는데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