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뽀삐양을 조물락거리고 싶다는 ㅅ양의 요청에 조물락거림 지수가 현저히 모자란 뽀삐를 위해 열렬히 환영하면서 점심 약속을 잡았었다.
며칠 전 포스팅 했듯 생일 징크스가 여지없이 발동해 어제, 오늘 열혈 마감모드로 돌입했지만 다 먹고 살자는 일이지~라는 모드로 저녁으로 마감을 미뤄놓고 점심에 만나서 현저히 떨어진 향신료 지수를 채우러 오랜만에 돌리로~
내가 주로 쉬려고 빼서 사람을 만나는 날이 화요일인데 돌리는 화요일에 쉬다보니 여기랑 도통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겨우 안 쉬는 화요일로 맞추면 갑자기 여기가 휴가를 가던가, 아니면 인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거나 하는 식으로 여름부터 내내 불발이 되다가 드디어~
시골에서 귀양살이하고 있는 모님의 염장을 지르기 위해서 모처럼 사진 포스팅을 하겠다고 카메라까지 딱 준비해서 고고~ 하지만... 음식이 나온 순간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이 두 여인네는 사진기의 존재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4종류의 커리에 머리를 박고 먹기 시작. 모님의 염장을 질러야 한다는 프로젝트는 추가로 시킨 사프란 라이스까지 반 이상 비우고 탄두리 치킨은 초토화가 됐을 때야 비로소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도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다고 전화를 해서 불을 확확 지르고... 잔해라도 찍어서 포스팅을 하겠다고 약을 올렸다.
그리고 가방에서 디카를 찾아 꺼내려는데... 지갑과 은행에 들르기 위해 챙겨온 통장만 잡히고 텅 빈 가방. 아무리 뒤져도 디카는 없다. 난 디카를 잘 챙겨서 화장대 위에 곱게 놔두고 지갑만 챙겨서 온 것이었다. 내 주제에 무슨 염장 포스팅. 내 주제에 무슨 사진 포스팅. -_-+++++ (모님 너무 웃지 마시오!!!)
ㅅ양 이 정도면 충격까진 아니어도 반전이긴 하지?
어쨌거나 식당에 갔으니 예의상 코멘트를 해주자면, 돌리의 요리사가 여름에 바뀐 걸로 아는데 이전 요리사에 비해서 커리를 다루는 기술이나 향신료의 농도나 파워는 좀 강한 편이다. <-- 나는 마음에 든다는 소리. 하지만 사프란 라이스나 난은 뭔가 약하다. 특히 사프란 라이스는 재료를 너무 아껴서 도대체 '사프란'이라는 의미를 잘 모를 정도로 향이 약했다. 집에 있는 내 사프란을 좀 갖다가 내가 먹을 때는 얘를 좀 팍팍 넣어서 밥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그걸 제외하고 오늘 먹은 4종류 커리는 다 마음에 들었다. 전에는 세트에는 무조건 그날의 커리 2종류를 줬었는데 이제는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꾼 모양이다. 그래서 더 좋았음. ^^ 난 좋아하는 옐로우 달 커리와 머튼을 시키려고 했는데 머튼은 이날 되지 않아서 새우 피아짜 커리. 버터향이 물씬 나는 게 괜찮았다. 새우도 제법 실했고.
ㅅ양은 치킨 ??? 커리와 추천받은 시금치 커리를 시켰는데 시금치 커리를 주인이 자신있게 추천해줄만한 수준이었음. 다음에 가면 옐로우 달 커리와 시금치를 먹던가 머튼을 먹던가 해야겠다.
세트에 딸려나오는 난에다가 사프란 라이스까지 추가로 퍼먹은 통에 배가 너무 불러서 저녁은 패스. 그런데 아직도 배가 부르다. 트림을 하면 커리 향이 계속 꺽꺽 나오고 있음. -_-; 내일은 친구들과 브런치 약속이 있음. 새로 생긴 곳인데 맛이 있을런지... 먹어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