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마감 끝낸 김에... 혹시 수정 전화올지 모르니 컴퓨터 끄기 전에 잠시 시간이나 보내자는 의미에서 책 감상문이나 끄적끄적.
중국의 공예품이나 가구, 실내장식에 대한 책들을 찾아다니다가 힘들게 구한 책이다. 가까운 옆 나라인데 의외로 이런 예술사나 미시적인 책은 찾기가 힘들다.
내가 꽤 좋아하는 내용이고 흥미있는 분야지만 책 사이즈가 꽤 크다보니 이동할 때나 누워서 하는 편안한 독서에는 별로 적합하지가 않아서 자꾸 뒤로 밀리다가 읽다 덮어준 책들을 치워보자는 의미에서 그림이 많은 이 책을 잡았음. ^^
프랑스 사람이 30년 전에 쓴 책인데 중국의 가구나 실내장식에 대한 연구가 별로 진행되지 않은 것인지, 이 책이 번역되던 1996년에도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 때에서 10년하고도 3년이 더 보태진 지금도 -해외에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별반 진도가 나가지 않은 듯 하다.
명나라와 청나라도 구별 못하는 라루스 세계사의 명나라 책에 완전히 데인 이후 서구인들이 쓴 중국사에 대한 신뢰도가 완전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 부분 회복.
중국의 고대 유물들을 바탕으로 청동기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가구들을 시대순으로 찬찬히 훑어주고 있다. 각 시대 별로 새롭게 나타난 가구들이나, 쇠퇴하고 사라진 형태며 재료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특히 돋보인다. 이런 류의 예술사 서적으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뒤에 따로 정리해놓은 꼼꼼한 도판과 다양한 사진들은 내용과 별개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아쉽다면 -이건 번역자도 인정했지만- 서구인이 쓴 내용이다보니 원문에 중국 발음으로만 표기를 해놨지 한자 표기를 병행해놓지 않은 관계로 발음만으로 파악되지 않는 인물이나 지명, 내용 등이 종종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건 번역자에 대한 불만인데. 분명 중국어로 된 명칭이 있는 가구들을 그냥 영어나 불어 표기를 한 건 솔직히 좀 깼다.
하지만 소소한 불만이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중국 가구의 흐름과 서구에 끼친 장식사적인 영향력, 또 반대로 서구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좋은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만 위의 평가는... 비교 대상이 될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이니, 나중에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번역이 되서 내가 다 읽어보고 교차 검증을 한 다음에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읽을 때처럼 '이렇게 오류투성이가 인류학의 걸작 취급을 받다니. 무식한 서양 것들.' 하면서 혀를 쯧쯧 찰지도. ^^;
옛 중국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는지 그림이 영 그려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대충 동선이 잡힘. 자료로서 가치와 상관없이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화려한 중국 가구들의 사진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품절된 서점도 많고 절판되면 다시 찍을 확률은 없을 것 같으니 이쪽에 흥미 있거나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구입하는 게 남는 장사일듯.
책/예술
중국의 가구와 실내장식
미셸 뵈르들리 | 도암기획 | 2009.3.2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