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구와 더빙대본 마감이 겹쳐서 머리가 터지고 있던 지난 주에 살아남기 위해 읽은 책. ^^
생물학이나 생명공학 관련 용어들에서 달아나고 싶어서 책을 고르다가 그림이 많고 글자가 적은 이 책을 골랐다.
저자인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가이다. 건축이란 동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책날개에 써진 이력을 보건대 일본에서 상도 받고 나름대로 지명도도 있는 건축가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거창한 이력이 있어도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보기에는 멋지지만 구경만으로 끝내고 싶은 집, 보기도 좋고 마음에도 들지만 규모나 스타일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경우가 많다. 우리와 생활 환경이나 기후가 다른 서구 건축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마저도 저버리게 하는데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설계는 살고 싶은 공간이다.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써야하는 건 땅값이 살인적으로 비싼 것, 좌식 문화라는 것 등등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지 수납 아이디어며 공간의 활용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간이란 자기가 자라온 문화권의 영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실제 예를 그의 공간 활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활용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정말로 많았다. 특히 주방의 수납 공간 활용이며, 나처럼 책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는 설계자가 요리를 즐기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하지 싶다.
가우디처럼 역사에 남는 건축물을 남기지 못할 지 몰라도 이 저자는 누구나 살고 싶은,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만드는 데는 확실히 성공하고 있다.
건축가들은 필연적으로 공간과 함께 사는 가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데 가구에 대한 그의 흥미와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저자가 설계하고 만든 공간 외에 부가적인 즐거움이었다. 눈요기로도 좋고 언젠가는 아파트를 떠나 자기 집을 지을 꿈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구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게 해주는 실질적인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책/예술
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
나카무라 요시후미 | 다빈치 | 200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