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연 | 비앤씨월드 | 2009-08-13
이건 정말로 오랜만에 내가 산 요리책. ^^
마감만 닥치면 도지는 병인, 일하기 싫어서 여기저기 링크타고 돌아다니는 증상이 발작해서 서핑하다가 들어간 블로그에 올라와있던 책이었다.
홈베이킹 책치고는 상당히 까칠하고 어렵다는, 블로그 쥔장의 평가에 끌려서 간만에 구입을 해봤는데... 다시 찾아갈 길이 없는 그 블로그 쥔장의 서평대로 '홈베이킹'이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복잡한 레시피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홈베이킹 책에 빠지지 않는 마들렌이며 쿠키들마저도 초보자들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섬세한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재료나 손질의 차원에서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양산형 제과점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그런 양질의 것을 만들어내는 게 홈베이킹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홈베이킹 학원을 열고 있고 이 베이킹 책도 같은 차원에서 냈다고 하는데 저자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 책이다.
실생활에서 실용도의 차원으로 보자면 초보자들에게는 절대 비추이고, 홈베이킹이라면 무릇 간단해야 한다는 귀차니스트에게는 눈요기거리 정도. 하지만 홈베이킹을 오래 했고, 관심이 있어서 이제 좋은 재료와 엄마표라는 그 손맛의 차원을 벗어나 같은 파이나 케이크라도 좀 더 폼이 나고 그럴듯한, 고급스러운 맛을 내고 싶어하는 그런 수준의 사람들에게는 꽤 쓸만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냉동시키면 맛이 떨어지지만 사흘 이상은 보관할 수 없는 마들렌 같은 과자를 일주일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레시피라던가 -이 과정에서 후덜덜한 재료비를 자랑하는 마지팬이라는 귀하신 분놈이 등장하긴 하지만- 독특한 사브레, 다양한 파이와 타르트, 제노아즈의 배합이나 베이킹 노하우들이 소개된다. 엄마표와 전문가표를 가르는 소위 그 한끗 차이를 갈라주는 그런 섬세함을 주는 디저트 요리책.
코르동 블루나 김영모 류의 손이 많이 가더라도 고급스런 베이킹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 귀차니스트인 내겐 눈요기로 더 유용하겠지만 비교적 간단한 두어가지 정도는 시도해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