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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마음이 아파서...

by choco 2009. 10. 15.
월요일에 2부 편집구성안 마감,  아까 저녁에는 1부 더빙.  한 주에 2편의, 그것도 50분짜리 다큐 대본 두 개를 막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 완전히 뻗어서 정신 세계를 헤매고 있어야 하는데 뽀삐양이 갑자기 이상하게 구는 통에 자다가 놀라서 깨버렸다.  어제 밤에 갑자기 토한 것도 있었고 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다행히 약간의 컨디션 난조였는지 비타민 얻어 먹고 아빠 방으로 자러 갔음.  그러나 하도 놀라서 그런지 난 잠이 다 달아나 버렸다.

그냥 잘까 했는데... 이번 주 PD 수첩 예고편과 기사와 그 군인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 잠을 잘 수가 없다.  

기업에서도 내부 고발자는 절대 살려두지 않는데 다른 조직도 아닌 군대에서라니.  작년에 금서목록 헌법 소원 낸 법무관들이야 뭘 해도 먹고 살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배신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 우리 사회가 저 사람을 온전하게 내버려둘지.  군대에선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엔 쫓겨날 것이고 저 내부고발 경력 때문에 어느 조직에도 들어갈 수 없겠지.  예고된 비극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힘없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다.  정말로 신이 있다면 저 사람이 지금 자기가 한 일을 절대 후회하지 않고 그 용기로 인한 핍박과 무시무시한 박해에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존엄을 꼭 지켜내길.  그리고 정의로운 남편을 많이 사랑하고 더불어 생활능력 강한 아내가 옆에 있기를. 

국상이나 쿠데타라도 나지 않는 한 앞으로 3년 간은 절대 불가능이겠지만 하늘이 대한민국을 불쌍히 여겨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때는 내부고발자들이 그 이후 어떤 고난을 겪었고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바보라는 걸 다 함께 느끼고 싶다. 

그날이 올 때까지 부디 다들 무사하시길.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의 결단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