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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전우치

by choco 2010. 1. 5.
어제 새해 들어 한 일 가장 첫머리에 올라야 하는 일인데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까먹은 게 전우치를 보러 갔던 일이다. 

개봉 전 시사회 때부터 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던 영화.  그런데 별로라고 지적되는 사항들이 대체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서 오히려 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했다.  이래서 안티 내지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게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여하튼 새해 벽두를 재미있는 영화로 잘 연 것 같다.  (1월 1일에 극장 가보기는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

엄청난 충격과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약간의 반전이랄까 복선을 깔아놓은 영화인 고로 스포일러가 될 내용들은 다 생략하고 느낌만 정리하자면 어설픈 철학이니 사랑이니 다 배제하고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한 영화. 

반지의 제왕을 딱 떠올리게 하는 초반 도입부를 비롯해서 군데군데 어디선가 봤던 장면장면들이 겹쳐지지만 잘 버무려져서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독창성 있는 영화 예술이나 화려하고 감동적인 영상미를 기대하고 간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 혹독한 비판을 할 것도 같고, 사실 그쪽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욕을 먹어보 별반 할 말은 없을 것 같지만... 내 기대는 뭘 입어도 예쁜 강동원의 전우치에 60% 이상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만 제로였음.

후반부에 가서 약간 지루해지긴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선남선녀들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 영상과 연출. 적절한 긴장과 재미를 주는 밀고 당기는 흐름이 잘 어우러져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제 대사를 치는 게 어색하지 않아진 강동원의 연기와 환상적으로 뻗은 몸매, 특히 뒤태에 감동하느라 더더욱 행복했다.  ㅅ양의 표현을 살짝 빌려오자면, 예쁜 것들은 정말 뭘 해도 예쁘다. 

2010년 1월 1일부로 장동건 팬에서 강동원 팬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

보통 한 번 본 영화를 재탕하고 싶은 일은 거의 없는데 전우치는 영화관에 다시 쫓아갈 기력은 없지만 올 추석이나 내년 설 즈음에 명절 특집으로 해주면 다시 볼 예정.  복선을 따라가느라 놓친 부분들, 그리고 논리 전개상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을 복기해 가면서 보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엉덩이 무겁고 게으른 인간을 움직이게 한 걸 보면 전우치는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듯. 

전우치는 알라딘에서 12월에 준 할인 쿠폰으로 예매했는데 1월에 나온 쿠폰을 갖고 아바타를 3D 아이멕스로 보러 가야겠다.  올해 극장을 2번이나 가려고 하다니... 영화 보러 극장 가는 게 비엔날레인 내겐 기록적인 한 해가 되겠군.